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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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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30  17: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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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신라시대 낙산사 조신스님이 꿈속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것은 가뭄에 따른 기근이었다. 가뭄은 농사를 망치고 굶주림에 떨던 가난한 농민들은 걸식으로 연명해야 했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사에서 가뭄기사를 많이 찾을 수 있다. 진평왕 7년 봄 3월에 비가 오지 않아 왕이 정전(正殿)을 쓰지 않았으며 수라의 반찬 가짓수도 줄였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자 옥에 갇힌 죄수들을 살폈다고 한다.

흥덕왕의 재위기간에는 더욱 심각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흥덕왕 2년(827AD)에는 음력 5월에 서리가 내리고 왕성에는 큰 가뭄이 들었다. 5년 후에는 봄과 여름 내내 땅이 검붉게 될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

왕은 선대의 예대로 음식을 줄였으며, 죄수들을 사면했다. 그러나 살기 힘든 백성들은 도적이 되었고 곳곳에서 떼를 지어 봉기했다. 이것이 훗날 궁예와 견훤의 등장을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되었다.

가뭄을 자신의 부덕과 연관시켜 반성하는 계기로 삼은 것은 물론, 거느리고 있는 궁녀들부터 출궁하는 조치도 내렸다. 조선 영조는 ‘가뭄이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아 생기는 변고’라고 생각하여 궁 안의 음기를 줄인다고 궁녀들의 출궁을 허가 했다. 궁 안에서 평생 살아야했던 궁녀들은 매년 가뭄이 오기를 하늘에 빌었다고 한다.

가뭄과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일 우선한 것이 저수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백제, 신라는 일찍부터 하천을 막아 둑을 쌓는 토목기술이 발전했다. 그것은 축성(築城) 때 흙과 돌을 넣어 다지는 판축 기법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충북 제천 의림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방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제천의 옛 명칭이 내토(奈吐)·대제(大堤)·내제(奈堤)인 점으로 미루어 축조시기를 고대국가 기원시기로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 의림지는 세종 때 충청도관찰사였던 정인지(鄭麟趾)가 수축했는데 그가 다시 체찰사로 부임하여 호서·영남·관동지방의 병사 1,500명을 동원, 재차 보수한 사실이 왕조실록에 나온다.

사적으로 지정 된 김제 벽골제는 4세기 초인 백제 비류왕대 축조한 것으로 나온다. 벽골제는 1천7백여년 역사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개 · 보수되었다. '벽골' 이란 이름이 '벼의 골' 이란 뜻의 ‘볏골’ 에서 출발됐다고 하며 농사를 위한 제방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다산 정약용도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직무가운데 수리시설의 마련을 매우 중요시 했다. 백성들이 농사를 망치지 않도록 지방 수령은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가뭄 때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수령들에게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부경대 변희룡 교수는 3년 전 매우 흥미로운 논문을 내 놓았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 강수량을 추적한 결과 6년, 12년, 38년, 124년 주기로 가뭄이 나타났으며 이를 토대로 볼 때 2012년 가뭄이 시작돼 2015년을 거쳐 2025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변교수의 예견대로 올해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충남과 서해안 일대가 절박했으며 물 부족으로 인한 농민과 주민생활이 큰 고역을 치렀다. 물이 없는 주민들의 삶은 지옥을 방불 했다.

급기야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동안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금강보 물을 예당저수지로 끌어들이는 배수관로 공사를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직도 4대강사업에 대한 생각은 변치 않는다고 밝혔다. 안지사의 이런 이중적 잣대를 어떻게 평가해야 될지.

환경파괴의 주범처럼 폄하되던 4대강 보를 헐어야한다는 의견이 강력 대두되고 있던 차제에 타당성이 반전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4대강사업은 가뭄과 홍수조절, 지역의 관광개발을 위해 건설 된 것이다.

지독한 가뭄이 예상되는 향후 10년간 물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천덕꾸러기 4대강은 어떤 위상으로 나타날지. 심각한 물 부족을 해결하는 이로운 강이 된다면 그때는 MB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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