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범한 재경 충북 출향인사들의 모임인 ‘충북도민회’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재경 출향인사 조직의 원조격인 충북협회가 파벌 싸움으로 ‘반쪽’으로 전락해 위상이 추락한 사이 충북도민회가 출향인사들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지 여부다.

코스닥 시가 총액 1위(9조7천913억원)인 의약품 제조업체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이끄는 충북도민회는 다음달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출향인사 등 500여명을 초청, 송년회를 한다.

충북도민회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연 송년회에는 무려 800명이 넘는 출향인사와 내·외빈이 운집, 대성황을 이뤘다.

다만 올해 송년회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소 인원만 초청, 조용히 치르려고 한다는 게 도민회 측 설명이다.

원래 충북을 대표하는 재경 출향인사 모임은 충북협회 하나였다. 1946년 결성된 충북협회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대내외 영향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이필우 현 회장이 자격 박탈 논란까지 부르며 4차례 연임하고,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조직은 반쪽이 됐다.

파벌 싸움이 극에 달했던 2009년 6월에는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인 박덕흠 국회의원(새누리·보은 옥천 영동)과 이 회장이 각각 회장에 선출되는 볼썽사나운 일이 터지기도 했다. 이 회장의 독주에 반발한 출향인사들은 지난해 12월 8일 충북도민회를 출범시켰다.

충북도민회 멤버들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회장직을 수락한 서 회장은 청주 오창 출신으로 초등학교만 고향에서 다녔을 뿐 고교나 대학은 인천과 서울에서 마쳤다.

하지만 그는 도민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출향인사들이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자리는 얼마든 만들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한 지역인사는 “충북협회가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 제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서 회장이 총대를 메고 나선 충북도민회가 충북 출향인사들을 단합시키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고향에서도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충북도민회의 활발한 행보를 두고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과 연결짓는 시각도 나온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그를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외곽조직이 될 가능성도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사실 과거에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단체의 활동이 반 총장의 대권 행보와 연결되어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주도했던 충청포럼이 대표적이다. 충청 출신 명망가 3천500여명이 참여한 이 포럼은 반 총장으로 상징되는 충청 대망론의 전위대로 비쳐진 바 있다.

물론 충청포럼을 이끈 성완종씨는 반 총장과도 자주 접촉을 해온 반면, 충북도민회를 이끄는 서정진 회장은 아직은 반 총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성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충북도민회 측은 “(우리는)정치와는 무관하다. 절대 (정치와) 엮이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 회장도 정치와 관련한 오해를 살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민회 관계자는 “도민회를 설립한 애초의 순수한 취지대로 교류 확대, 친목 도모, 고향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