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대도무문’과 김영삼
세종데일리  |  webmaster@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11.22  21:28: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이승만 건국대통령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란 서예 현판을 많이 남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난을 극복하여 국가를 부흥시키겠다는 철학이 담긴 ‘민족중흥(民族中興)’이란 글을 즐겨 썼다. 수준급으로 평가되는 박대통령의 글씨는 옥션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실학사상의 요체인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김종필 전 총리는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이란 글귀를 곧잘 화선지에 담았다.

서예를 잘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휘호를 즐겼다. 아호를 거산(巨山)이라 한 그는 ‘큰일을 위해서는 거침없이 가겠다’는 뜻으로 이 글귀를 좋아했던 것 같다. YS의 상징처럼 회자돼온 ‘대도무문’이란 글은 어디에서 유래 된 것일까.

이 글은 유교의 경전에 나오는 사자성어가 아니고 불가에서 비롯된 말이다. 중국 송나라 시대 혜개(慧開)라는 승려가 있었다. 스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법한다. ‘대도에는 문이 없으니 갈래 길이 천이로다. 이 빗장을 뚫고 나가면 하늘과 땅을 홀로 걸으리...(大道无门 千差有路, 透得此关 乾坤独步)’

혜개스님은 ‘부처의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정해진 형식이 없어서 언제, 어떠한 곳, 어떠한 방법으로도 거기에 이를 수 있다’는 뜻으로 가르쳤다. 그래서 ‘무문(無門)’은 평소 마음의 도(道)로서 무조작, 무시비, 무사취, 무단상, 무범무경(平常心是道,无造作,无是非,无取舍,无断常,无凡无圣)의 경지와 같다는 것이다. ‘무문’은 마음을 비운다는 무심(無心)과 의미가 같다.

기독교 장로였던 YS가 불가의 용어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의 해석대로 YS의 인생은 파란의 연속 속에서도 거침없는 행보와 결단과 처신으로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되었다.

YS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제 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세웠다. 9선 의원을 지낸 그는 유신 시절 야당 지도자로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민주화 투쟁 역사는 DJ와 더불어 한국정치사에 큰 족적으로 기록된다.

YS는 3당 통합의 힘을 빌려 1993년 제 14대 문민대통령에 당선 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 후 그는 작심한 듯 거침없는 개혁의 길을 걷는다. 전국 언론사 편집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칼국수를 대접하며 환담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때 대통령은 ‘내는 언론이 뭐라 캐도 한다면 합니다’라고 천명하여 좌중을 긴장시켰다.

그는 전직 두 대통령을 구속하고 하나회를 해체했으며 금융실명제를 단행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했다. 그리고 토착비리 근절을 명목으로 전국을 사정정국으로 몰아 꽁꽁 얼어붙게 했다. 개혁 드라이브에 힘입어 취임 초기에는 80%의 국민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절대적 지지가 화근을 키웠다. YS는 올바른 소리를 하는 언론과 전문가의 의견을 ‘씰대 없는 소리’라고 흘려버렸다. ‘대도무문’을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제어할 간언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급기야 만년에 터진 IMF관리체제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기도 했다. 청와대부터 검소하고 절약하는 정신을 실천했으나 측근의 비리를 막지 못해 재임 중 차남이 구속되기도 했다.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렸다.

그러나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선두에서 백발을 흩날리며 군부독재와 맞장 떴던 거산. 활화산 같은 용기와 신념은 어느 정치인 보다 강하고 열정적이었다. 그가 이룩한 민주주의 이상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다. 국민들로부터 민주화의 영웅이란 대접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YS도 이제는 천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영면했다. 반독재, 반민주에 대한 그의 멋진 투쟁의 삶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묻히게 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