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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금속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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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2  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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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골동품으로 불리는 도자기나 옥기, 청동기 가운데는 가짜가 많다. 엄밀히 따지면 골동품이라는 명칭이 맞지 않다. 중국에서는 가짜라는 표현 대신 방품(仿品)이라는 용어를 쓴다. 옛날 물건을 모방했다는 말이다.

중국은 고래부터 방품을 많이 만들어 왔다. 시대를 달리하는 방품은 고완시장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송나라 여요, 관요자기나 명, 청대의 방품은 수억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명나라 신종황제로부터 ‘10만금(萬金)’이라고 까지 불린 명나라 성화(成化)연간의 투채(鬪彩)자기는 2백여년 후 청나라 옹정(雍正)시대 많은 방품이 만들어 졌다. 그러나 재미난 것은 오히려 성화자기보다도 더 아름답고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도자기는 근세 민국시대에도 많은 방품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천여년 역사를 지닌 장시성(江西省) 경덕진 가마에서는 하루에도 수 천점의 가짜 도자기가 만들어져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이곳의 방품 제조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전문가들도 쉽게 구분 할 수가 없다.

원로 감정가의 눈까지 감쪽같이 속이는 가짜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도자기를 감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기포(氣泡)까지도 고완(古玩)과 같이 만들어 내는 방법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대 도자기의 성분대로 원료를 배합하여 과학적 검측기계까지 속이고 있다는 보고서를 읽은 적도 있다.

옛 것으로 보이기 위해 조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청동기의 경우는 작품을 만들어 오래 땅속에 파묻었다가 녹이 슬면 파내어 유통시키는 방법이 있고 애초부터 화공약품을 사용하여 구태(舊態)를 조작하는 경우가 있다. 옛날 비단이나 종이 혹은 나무를 가지고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한국 골동시장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사동 골동가게에도 가짜가 많이 나돌고 있다. 고려청자나 분청사기들은 값이 나가는 도자기들이다. 한 때는 북한에서 가짜 청자나 분청사기가 중국 단둥을 거쳐 서울로 반입되어 이를 진짜로 알고 산 수장가들이 손해를 많이 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또 가짜 도자기가 많이 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서울 모 개인박물관에서 필자에게 몇 점의 청자와 분청사기를 봐달라고 초대한 적이 있었다. 고려청자 잔탁(盞托)은 모 미술품 감정기관으로부터 진품이라고 감정서를 받은 유물이었다. 한눈에 봐서는 진짜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아래 받침잔은 진짜였지만 수리를 한 것이고 위 것은 새로 만든 것이었다. 정말 감쪽같이 만들어 내 노라 하는 감정기관의 눈 까지 속인 것이었다.

몇 년 전 고려금속활자라고 불리는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로 고인쇄박물관 까지 건립한 청주시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금속활자가 진짜 고려시대 만들어져 증도가를 인쇄했다면 그 가치는 국보적일게다.

필자는 고미술 전시장에 달려가 활자를 보았으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 의문점을 지역신문을 통해 제기한바 있다. 이 활자는 우선 출토지가 분명하지 않았으며 녹소와 부식도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7~8백년 가까이 땅속에서 있었다는 활자들의 양태가 너무 깨끗했다. 화공약품을 사용한 동제 불상이나 청동제품에서 나타나는 녹소와 흡사했다. 결정적인 것은 정자(正字)로 나타난 활자가 여러 점 있었다는 점이었다. 활자를 만든 이들이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최근 증도가자 등 고려시대 활자 7개에 대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을 실시한 결과 고려시대 전통적 주물 기법으로 만든 활자가 아니고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찰은 증도가자 금속활자를 소장한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대한 유통경로를 수사하고 있으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려금속활자 진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시대 가짜 문화재의 양산이야 말로 중범죄임을 자각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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