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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별의 비극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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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6  10: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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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깊은 강(Deep river) 내 집은 저 강 건너(My home is over jordan)/ 주님! 나 그곳에 가기 원합니다(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 깊은 강(Deep river) 내 집은 저 강 건너(My home is over jordan)/ 주님! 나 그곳에 가기 원합니다(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

지금은 고인이 된 매리언 앤더슨의 흑인영가 ‘딥 리버(Deep river)’는 슬픈 망향가다. 흑인 노예들은 이역만리 타향에서 생이별한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이런 노래로 향수를 달랬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절규했다.

우리에겐 흑인 노예사 보다 더 비극적인 역사가 있다. 천 수백년 간 외침에 의한 전쟁의 상흔은 글로 표현하기조차 부끄럽다. 삼국시대 백제, 고구려 멸망 당시 당나라로 끌려 간 포로는 수만 명이었다. 그러나 임진전쟁 때는 십만여 명이 일본에 포로로 잡혀 갔다. 두 번에 걸친 호란(胡亂)시에는 잡혀간 포로수가 무려 50만명이나 된다는 연구 자료가 있다.

양 호란은 수 만 가구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생이별의 참상이었다. 고국을 떠난 사람들은 노예가 되어 평생 헤어진 부모형제들을 그리며 살다 쓸쓸히 이역 땅에 묻혔다.

노예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했건 것이 힘없는 부녀자들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끌려간 부녀자들이 일부 돌아오긴 했어도 그 상처가 너무 컸다. 반겨야 할 남편이고 고향이었지만 이들을 쳐다보는 시선들이 너무 차가웠다.

이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일컬었는데 사가(士家)에서는 훼절했다고 하여 버려지거나 또는 하천으로 전락했다. 일부 부녀자들은 돌아올 때 자식을 데리고 왔는데 호로자식(胡虜子息)이라고 불렀다. 환향녀들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 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65년 전에 발발한 6.25는 미증유의 동족상잔 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전쟁으로 기록되며 이산가족의 수가 무려 1천만이나 된다. 이반세기 넘게 고향을 그리워했으며 많은 숫자의 전쟁 1세대가 유명을 달리했다.

개개인의 사연을 들으면 모두가 눈물겹다. 한창 사랑이 무르익을 신혼 6개월, 졸지에 남편을 전쟁터로 보낸 신부도 있다.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한 어린 아들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생이별을 한 부부가 칠월칠석 날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 설화는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때쯤이면 비가 내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흘린 해후의 눈물이라고 여긴다. 우리민족이 이 설화를 가슴속에 넣고 살았던 것은 이산의 아픔이 컸던 역사 때문인가.

이번 남북 이산가족 만남에서 65년 만에 상봉한 견우직녀 이순규 할머니(85·남측)와 오인세씨(83·북측) 부부의 눈물겨운 사연이 화제였다. 이들 부부는 신혼 6개월 만에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됐다. 신부는 긴 세월 신랑이 돌아오기만을 그리며 수절하고 살았다.

부부는 헤어지면서 ‘이제 땅속에서 만나자’고 언약하며 통곡했다고 한다. 1년에 한번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해후마저 용납 안 되는 기약 없는 이별이라 더 섧다. 만난 것이 어쩌면 가슴 아픈 상처가 됐는지 모른다.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 하늘을 흘기는/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말라.” (이상화 ‘통곡’)

하늘은 왜 선량하기만 한 우리 민족에게 이처럼 가혹한 시련을 주고 있는 것인지. 왜 남북은 ‘딥 리버’를 건너지 못하고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오작교를 놓지 못하는가. 일제치하에서 하늘을 우러러 통곡한 고 이상화님의 시가 연상되듯 한 이산가족의 슬픈 원망에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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