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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난계와 음악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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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9  11: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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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그린찡(Grinzing)이라는 마을이 있다. 4백여년이상 된 이 고 마을은 악성 베토벤이 태어난 곳이다, 고색창연한 건물들과 언덕길을 밝히는 가로등이 아름답다. 그린찡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오래 된 주점들이다. 이 주점 안에서는 언제나 베토벤과 모자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베토벤은 저녁 시간이면 악보를 접고 집에서 가까운 이 곳 술집을 찾아와 와인을 즐겼다고 한다. 또 모차르트와 요한스트라우스 등 오스트리아가 낳은 세계적 음악가들도 여기에서 하루의 피로를 잊고 악상을 떠 올렸다. 그린찡의 낭만과 아름다움이 세계적이 음악가들을 만든 것이 아닐까.

빈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누구나 하나씩 악기를 다룰 줄 안다. 그리고 일 년 내 음악회가 열린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행복 지수도 높은 것 같다. 시내를 관광하다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밝고 아름다운 얼굴들이다. 필자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를 꼽으라면 빈을 선택하고 싶다.

20년 전 한 일본인 고교교장 한 분이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에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었었다. 그는 한국에서 처음 민요 아리랑을 듣게 됐다. ‘아!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음악이 있구나!“ 그는 얼마 후 보따리를 싸가지고 아예 강원도 정선에 정착하였다. 지금은 다시 일본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음악은 이처럼 개인의 운명마저 바꾸게 하는 마력을 지닌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파리에는 한국의 궁중음악인 종묘제례악 공연이 있었다. 파리 국립샤이오극장내 장 빌라르 극장에서 공연 됐으며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장중하고 화려한 종묘제례악에 프랑스인들은 원더플을 연발했다.

파리사람들을 감동케 한 종묘제례악은 어떤 음악인가. 조선왕조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신 종묘(宗廟)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됐던 의식음악이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와 함께 현재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음악을 올바르게 정리하여 만든 장본인이 바로 영동이 낳은 악성 난계 박연선생이다. 난계는 고려 말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서 출생하여 조선 세종대 벼슬길에 올라 임금을 도와 2백여 가지의 악기를 복원 제작하고 조선 음악을 정리, 악보로 남긴 분이다. 우륵, 왕산악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 받는다.

그런데 이 마을의 역사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는 것은 얼마 전 확인이 된 난계의 효자비다. 지금으로부터 6백여년전, 조선 태종 2년 1402AD에 왕명으로 내려진 효자비는 고당리의 역사를 증명하는 아주 중요한 유물로 평가되고 있다.

난계는 어린 시절 어머니 상을 당하자 혼자 산소 옆에 여막을 짓고 살았다. 효에 감동한 호랑이가 소년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줬다는 호감설화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효자비를 받은 것은 난계가 과거에 급제하기 전 24세의 일로 젊은 시절 영동에서 성장했음을 알려준다.

난계는 만년에 아들이 계유정난에 연루돼 참형을 당하자 벼슬길에서 파직되어 고당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평소 대금을 잘 불렀는데 이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영동은 음악의 고장이다. 신라시대 서라벌을 가슴 적신 향가 양산가(陽山歌)와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양산도(陽山道)의 발원지다. 신라 양산가는 그 곡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지만 양산도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처럼 영동시가지에서도 일 년 내내 국악이 흘러야 한다. 고당리 체험장 뿐 아니라 시가지의 식당에서도 국악의 선율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난계의 역사와 한국의 국악이 살아난다.

그린찡처럼 세계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한국의 풍류문화를 영동에서 기대하는 마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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