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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문에 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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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30  19: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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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당나라 주선(酒仙) 이태백만이 달을 즐긴 것은 아니었다. 주선이 살던 신라시대 서라벌사람들도 달을 사랑했다. 동해에 표류하여 신라왕실의 보호를 받던 아라비아 사람 처용도 왕경 밝은 달밤 밤새도록 놀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한다.

그래도 처용은 화를 내지 않고 밖으로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달빛의 아름다움과 그 날 밤의 즐거움 때문인가. 호인 처용을 보고 불륜을 저지른 역신은 다시는 침입하지 않겠다고 사죄하며 그 집을 나갔다. 처용무는 천 수백년 귀신 쫓는 액막이 춤으로 전해 내려온다.

신라인들의 달은 고향과 같았다.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를 향해 걸어갔던 혜초스님도 달 밝은 밤이면 이역만리 동쪽 서라벌을 생각하고 눈물지었다. ‘달 밝은 밤에 고향길을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계림으로 돌아가네’

왕성을 ‘달성(月城)’이라 부르고 승니들은 어둠의 세계를 밝히는 달을 차자(借字)하여 이름을 지었다. 경덕왕때 월명사(月明師)라는 스님은 본래 화랑출신이었다. 어느 해 태양과 달이 빛을 잃자 임금에게 불려가 빛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주문을 받는다. 삼국유사에 재미난 기록이 나온다.

“신은 원래 국선(國仙)의 무리에 속해 있으므로 향가(鄕歌)만 알뿐이지, 범패(梵唄)에는 익숙지 못합니다” 임금이 말했다. “이미 인연이 있는 중으로 뽑혔으니 향가를 불러도 좋다”
월명이 임금의 간곡한 부탁으로 향가 ‘도솔가’를 지어 바쳐 해와 달이 나타나게 했다고 한다.

가장 밝은 둥근달이 되는 대보름을 명절 중의 명절로 삼았다. 조상들은 이 시기를 택해 강강수월래, 탑돌이, 다리 밟기 등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이날만큼은 모두 밖으로 나와 남녀가 한데 어울려 금단의 장벽을 허물기도 했다.

옛 아낙네들은 장독대에 깨끗한 정한수를 떠 놓고 달 뜨기를 기다렸다. 둥근 달님이 소망을 실현 해 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동산에 달이 떠오르면 두 손을 한없이 비비며 자신의 행 보다는 남편과 자식이 잘되기를 기원한다. 한국여인에게 있어 달은 이처럼 전지전능한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달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여류시인들은 연인과 헤어지는 날이면 달빛 아래서 애가를 불렀다. 명기 황진이가 사랑한 얼마 안 되는 남자 가운데 판서를 지낸 소세양(蘇世讓)이 있었다. 연인이 개경을 떠나는 날 밤 황진이는 다음과 같은 절구를 지어 바친다.

‘봉별소양곡(奉別蘇陽谷)’이란 시다.

“달빛 아래 뜰 안에 오동은 지고 / 서리 속에 들국화 누렇게 피었네 / 누각은 높아 하늘과 닿을듯하고 / 사람은 취하여 천 잔 술을 마시었네 / 흐르는 물은 거문고 소리 더불어 차갑기만 한데 / 매화는 피리와 같이 향기롭다 / 내일 아침 서로 이별한 후에는 / 그대 그리는 정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엊그제 한가위 때 슈퍼문이 떠올랐다. 이 시대 한국인에게 있어 달은 어떤 의미로 와 닿으며 기원은 무엇이었을까.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고향에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빌었을 게다. 또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달동네에서 맞는 가난한 쪽방집 서민들의 한가위 슈퍼문도 아름다웠을까. 추석을 외롭게 보낸 70대 독거노인의 쓸쓸한 죽음이 며칠 뒤에 발견 됐다. 그의 죽음을 자식들과 이웃들은 알지 못했다.

날로 심화되는 비정함이 이 시대의 명절 풍속도로 자리 잡는다. 모두의 가슴에 아름다운 슈퍼문으로 자리 잡는 그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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