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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다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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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4  20: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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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요즈음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영조를 그렸다는 영화 ‘사도(思悼)’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륜을 저버린 비정한 왕조 역사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 송광호와 유아인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연기에 관중은 우선 몰입하는 것 같다.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당시 조선은 노·소론으로 갈리어 당파싸움이 절정을 이루던 시대였다. 노론의 영수이며 대학자인 우암의 사후에도 색목간의 싸움은 종식되지 않았다. 상대를 몰락시키기 위한 투서와 간교한 음해가 봇물을 이루었다. 참된 선비들은 이 같은 상황에 염증을 느껴 서울을 버리고 낙향하여 숨어살았다.

영조는 전대를 거울삼아 골고루 기용하는 탕평책을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 사도세자는 양론의 권력다툼에서 화를 당한 불우한 왕세자였다. 그때 세자의 나이 불과 28세였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이유는 바로 미쳤다는 것이다. 과연 세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인가. 남인계열 박하원(朴夏源)이 지은 대천록(待闡錄)에 ‘사도세자가 광증으로 죽인 사람의 수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이 나온다. ‘세자가 중관, 내인, 노비 등을 죽여 거의 100여명에 이르고 낙형 등이 참혹하고 잔인한 모양이 말로 할 수 없다.'라고 적고 있다.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에도 세자의 광기어린 행동이 기록되고 있어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

영조실록에 나오는 왕이 세자를 추궁한 기록을 보자.

(전략)...한참 후에 세자가 입(笠)과 포(袍) 차림으로 들어와 뜰에 엎드렸는데 임금이 문을 닫고 한참 동안 보지 않으므로, 승지가 문 밖에서 아뢰었다. 임금이 창문을 밀치고 크게 책망하기를, “네가 왕손(王孫)의 어미를 때려 죽이고, 여승(女僧)을 궁으로 들였으며, 서로(西路)에 행역(行役)하고, 북성(北城)으로 나가 유람했는데, 이것이 어찌 세자로서 행할 일이냐? 사모를 쓴 자들은 모두 나를 속였으니 나경언(사도세자를 고변한 자)이 없었더라면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왕손의 어미를 네가 처음에 매우 사랑하여 우물에 빠진 듯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찌하여 마침내는 죽였느냐? 그 사람이 아주 강직하였으니, 반드시 네 행실과 일을 간(諫)하다가 이로 말미암아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또 장래에 여승의 아들을 반드시 왕손이라고 일컬어 데리고 들어와 문안할 것이다. 이렇게 하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 세자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경언과 면질(面質)하기를 청하였다. 임금이 책망하기를, “이 역시 나라를 망칠 말이다. 대리(代理)하는 저군(儲君)이 어찌 죄인과 면질해야 하겠는가?” 하니, 세자가 울면서 대답하기를, “이는 신의 본래 있었던 화증(火症)입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차라리 발광(發狂)을 하는 것이 어찌 낫지 않겠는가?”

세자는 억울함이 북받쳐 자신을 고발한 자와 대면을 호소했으나 영조는 끝내 묵살했다. 처음에는 자살을 명했으나 세자가 죽지 못하자 뒤주에 가두고 굶어죽기를 바랬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그를 미치광이로 음해한 왕실내부의 적과 색목이 다른 일파의 음모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아들 정조는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 아버지의 능을 수원에 만들고 자주 참예했다. 어느 날은 능 주변에 송충이가 많이 생기자 신하들에게 화를 냈다. “어찌 아버지의 능에 있는 소나무를 송충이가 갉아 먹게 내버려 두느냐?”하며 송충이를 잡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러나 정조도 의문의 죽음 당하고 만다. 일설에는 정순왕후 일파가 어의를 매수하여 독약을 들였다는 설도 있다. 권력을 잡기위한 사색당파의 상호 음해와 계략들이 이처럼 궁중을 피로 얼룩지게 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 반이 남아있는데 여야는 벌써부터 차기 권력에만 몰입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오늘날 세태도 권력 쟁취 앞에서 만큼은 당쟁시대를 방불 한다. 영화 사도는 천륜마저 짓밟는 권력의 비정함을 투영하고 있어 관객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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