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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물고기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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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6  1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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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멸치 잡아 무엇하리. 열두 독 젓을 담아 황금빛에 맛들거든/ 첫째 독은 헐어다가 나라에다 상납하고/ 둘째 독은 헐어다가 부모님 전에 봉양하고/ 세쩨 독은 헐어다가 형제간에 갈라 먹고/ 넷째 독은 헐어다가 이웃간에 노놔먹지...(하략)”.

‘다대포 후리소리’는 멸치잡이 할 때 흥을 돋우는 어로요(漁撈搖). 멸치를 많이 잡아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제와 이웃 간에 인정을 나누는 선량함이 묻어있어 정감이 간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여서 고래로부터 어업을 중시해 왔다. 해안지방을 가면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는 용왕제의 잔영들이 남아있다. 옛날에는 용왕에게 미인을 바치는 의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신라시대 미인을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다. 화공이 그린 미녀도는 용왕제에서 제를 올리는데 썼다. 그런데 고구려 사람들이 이를 탐내 화공을 붙잡아 갔다. 그러나 화공은 끝내 미녀를 그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간 심청이 깊은 바다 속의 용왕에 바쳐지는 설화도 미녀제공의 기속이 만든 것이다.

신라에서는 매년 정초에 명산대천에 제사를 지냈는데 이를 사독제(四瀆祭), 사해제(四海祭)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송나라 서긍이 고려에 사신으로 와 기록한 ‘고려도경(高麗圖經)’에도 ‘군산도 일봉산에 오룡묘가 있는데 그 입벽에 오신상을 그려 놓고 선원들이 용왕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울산 반구대 선사시대 암각화에는 많은 돌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동해안에 많은 돌고래들이 출몰했었음을 알려주는 유적이다. 돌고래의 출현은 울산 인근 바다에 풍부한 먹이 사슬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데 돌고래는 서해바다를 통해 한강에도 나타났다. 조선 태종 5년(1405AD) 실록을 보면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코는 목 위에 있는 괴이한 물고기가 나타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학자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도 ‘가정 갑자년(1564년) 연간에 한강에 큰 물고기가 나타났다. 크기는 돼지만 하고 색상은 희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데 머리 뒤에 구멍이 있었다’고 돼 있다.

조선 효종 때에도 ‘고래 두 마리가 서해로부터 압도(지금의 난지도)로 들어와 서로 싸웠는데, 한 마리는 그 크기가 한량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도살하여 들여와 기름을 짰다’고 쓰여 있다.

일제 강점시대 1922년 한강에 고래가 나타나 화제가 됐다. 9월18일 오전 한강철교 밑에서 발견된 고래는 길이 약 5.4m, 무게 7.5t의 대형 고래였으며 동아일보가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어부들은 고래를 싣고 명동으로 와 돈을 받고 구경시켰으며 개성으로 옮겨 순회전시까지 했다.

서해 연평도에는 조기가 많이 잡혔고 동해안에서는 명태가 만선을 이루었다. 다대포 앞바다에는 멸치가 풍어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한반도 인근 연해에서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한다. 재래종인 명태, 조기, 갈치, 다랑어 등 한국인의 식탁을 지배했던 어류들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주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은 국회민생자치회연구회(대표 이한성의원) 주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모색’ 세미나에서는 현재 한국어업이 당면한 여러 문제점이 밝혀져 주목을 끌었다.

물고기가 사라진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동해안 수온의 상승과 조업어장의 축소, 낚시인구의 증가, 환경오염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로 어장은 황폐화되고 있으며 피서 철 각종 쓰레기로 인한 오염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낙동강 하류에서도 오염으로 통발에 걸려나오는 민물고기도 모두 죽은 고기다. 여름철 녹조로 인한 산소부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과 바다의 오염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그 재앙은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지금 바다와 하천에 ‘물 반 물고기 반’의 황금시대가 회복 될 수 있도록 용왕님께 풍어제라도 올렸으면 하는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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