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삼성면 청룡초등학교에는 요즘 방학인데도 거의 매일 10여명의 학생들이 온다.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도서관에는 각종 신간 도서를 포함해 1만여권이 구비돼 있다. 면 단위 초등학교의 도서관이 이런 정도 내실을 갖추기까지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이 학교 2회 졸업생 정병수(59·동양기계 대표)씨다.

정씨는 2007년 3월부터 매월 50만원의 도서 구입비를 모교에 전달했다. 내달이면 처음 목표했던 3천만원을 채운다.

학교 측은 그동안 정씨가 기부한 돈으로 동화책, 과학서적 등 2천여권을 구입했다.

정씨가 도서구입비 기부를 시작한 데는 계기가 있다. 광혜원고교에 다닐 때 학교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면서 책을 마음껏 읽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정씨는 "고교에 진학한 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며 책을 읽고 공부해 사업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독서를 많이 하면 평생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고 꿈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992년 늦깎이 대학생으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요즘 경영학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청룡초교의 구본학 교장은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훌륭한 동문"이라고 정씨를 칭찬한 뒤 "학교 도서관을 더 쾌적하고 안락하게 꾸며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06년 학생 수가 48명으로 줄어 폐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교직원과 동문,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현재는 전교생이 105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