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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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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6  18: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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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도화색(桃花色)이란 요염한 얼굴을 가리킨다. 남자나 여자 모두 도화색이 있으면 이성에게 인기가 있어 타고난 운명이 순탄하지 않다는 속설이 있다. 기생 이름에는 복숭아 ‘도(桃)’자가 들어간 사례가 많으며 옛 시가에도 미인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어 왔다.

신라 진지왕이 왕궁을 나와 찾아갔던 미녀의 이름도 도화랑(桃花娘). 그녀의 도화색이 왕의 운명을 비극으로 바꿔놓았다. 진지왕은 죽어 귀신이 되어서까지 도화랑을 찾아다닌다.

판소리 춘향가의 복숭아꽃 타령은 유교사회 서민들의 은밀한 성 풍속을 그리고 있어 흥미롭다.

“달도 밝다. 달도 밝다. 야속하게 달도 밝다. 젊은 과수댁들 문고리 벗겨 놓고, 과혼 처녀들은 일 없이 마을 돈다……(중략)복숭아꽃 벌어지면 머리 긁고 딴 화 내고…”

퇴기 월매는 정원에 벽도화를 심어 가지가 밖으로 뻗히도록 했다. 본래 민가에서는 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았다. 복숭아꽃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면 부녀자들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여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춘향에 미혹된 이도령은 복사꽃 토담을 월장하여 춘향방에 잠입한다.

또 춘향의 미모를 기술하면서 ‘복숭아 같은 엉덩이 치마 밑에 둥실(桃花團月掩羅裙)’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동양에서는 복숭아처럼 생긴 엉덩이를 미인으로 쳤던 모양이다.

절세미인이었던 식(息)나라 왕비 규씨(嬀氏)는 도화부인(桃花夫人)으로 불렸다. 초(楚) 문왕(文王)이 규씨에게 야욕을 품고 침공하여 그녀를 차지했다. 그러나 도화부인은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없다고 자살을 한다. 호북성 한양현(漢陽縣) 도화동에 도화부인의 정절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있다.

고대 중국 진(晋)나라 서예가 왕헌지(王獻之)는 애첩을 도엽(桃葉) 또는 도근(桃根)이라 불렀다. 그녀들이 춤을 출 때 손에 쥐는 부채를 도화선(桃花扇)이라고 기록한다. 중국에서도 아름다움 사물에까지 복숭아 ‘도’자를 많이 사용했음을 엿볼 수 있다.

복숭아는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과일로 대접받는다. 천도(天桃)는 반도(蟠桃)라고도 하며 ‘하늘의 복숭아’란 뜻으로 3,000년에 한번 열린다는 신성한 과일이다. 천도를 따 먹으면 6만년(1천갑자)를 산다는 전설이 있어 고대 중국인들은 손오공과 동방삭이 몰래 훔쳐 먹었다는 얘기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효자 설화에는 복숭아가 부회된다. 조선시대 한 효자는 엄동설한에 모친이 병환을 앓자 산속으로 과일을 얻으러 갔다. 효자는 울며 산야를 헤매자 눈이 녹으며 파묻혀있던 천도복숭아가 나타났다. 하늘이 효자의 지성에 감동, 천도를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충청권에서는 조치원과 음성 복숭아가 유명하다. 조치원 복숭아는 1908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에서 처음 과수시범포를 설치하면서 재배를 시작했다니 107년의 역사를 지닌 셈이다. 조치원지역은 비산비야의 구릉으로 밤과 낮의 일교차가 적당하며 충분한 일조량에 힘입어 당도가 뛰어나다고 한다.

지난 주말 국회의사당 마당에서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주최하는 복숭아 판촉행사가 열렸다.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는 농가를 돕기 위해서였다. 이춘희 세종시장과 지역출신 이해찬 의원을 비롯, 복숭아농사관련 인사들이 땀방울을 흘리며 조치원 복숭아를 선전했다. 이날 재경 충청향우회 최동수 부총재를 비롯한 임원들도 고향사랑을 위한 복숭아 세일에 참가했다.

맛도 뛰어나고 미인이 된다는 속설 때문인가. 마침 행사장에는 많은 주부, 젊은 여성들이 찾아와 복숭아가 일찍 동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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