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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의 파직과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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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0  07: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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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봉고파직’이란 말이 있다. 관아의 창고를 못 열게 하고 관리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고전 춘향전의 암행어사 이몽룡은 남원부사 변학도를 봉고파직 시키며 옥중의 연인을 구출한다. 춘향전의 클라이막스 봉고파직은 탐관오리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어서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러나 봉고파직에는 한계가 있었다. 암행어사의 봉고파직은 '일시적'인 업무정지 명령이었다. 따라서 암행어사에게는 재판권이 없었다고 한다. 어사는 즉시 임금에 보고를 하고 안핵사(按覈使)의 파견을 주청한다. 새로 파견 된 안핵사가 비행을 정밀 조사하여 처벌 수위를 결정했다.

지방 수령은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그들이 승정원에서 임명장을 받게 되면 임금은 다른 관리들과는 달리 편전으로 불러 친견했다. ‘백성을 사랑’하라는 당부와 함께 ‘수령칠사(守令七事)’를 명심 할 것을 특별히 당부한 것이다.

수령칠사란 주요한 임무 7가지를 말한다. 즉 농상(農桑)을 성하게 할 것, 호구를 증식할 것, 학교를 일으킬 것, 군정(軍政)을 바르게 할 것, 부역을 균등히 할 것, 송사를 바르게 할 것, 간활(奸猾)을 없앨 것 등이었다. 농가의 번영이나 호구의 증가, 교육의 중흥은 요즈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업무가운데도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분야이다.

지방 수령은 한 시도 비워놓을 수 없는 자리였다. 관리가 수령직을 제수 받고 즉시 임지로 가지 않으면 사헌부의 서릿발 같은 비난이 뒤따랐다. 조선 선조 37년(1604AD) 9월 19일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헌부가 지방 수령들의 근황, 공무를 유기하는 풍조 등을 아뢰다. 동부 주부(東部主簿) 최창국(崔昌國)은 패려스러운 음행이 있으니 파직을 명하소서.(중략)...이러한 때 서쪽 변방의 수령(守令)을 오래 비워둘 수 없으니, 체차(遞差)를 명하고 서울에 있는 사람을 가려 제수해서 급히 파견하도록 하소서...(하략)”

한 고을을 책임지는 수장이 없으면 백성들의 고초가 컸기에 그랬다. 산적한 민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잦은 재난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인을 다루는 사헌부 마저 수령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유기농엑스포를 한 달 앞두고 괴산군이 수장을 잃었다. 현재 괴산군수는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보도를 보면 임군수는 ‘일체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임군수는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출신으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무소속이면서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로 3선이나 당선한 행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임군수는 농업군 괴산을 전국에 각인시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고 한다.

이맘때면 괴산 농산물인 찰옥수수를 찌어 승용차 안에 싣고 다니며 주요 기관을 찾아 괴산을 선전하기도 했다. 그 열정이 세계유기농엑스포의 유치를 끌어냈다. 지난 4월부터 5월동안 임군수가 전국을 누빈 거리는 무려 2700Km나 된다고 한다.

조선 유교사회에서도 죄인을 다루는 데는 복심제(覆審制)가 있었다. 억울한 처분을 막기 위해서였다. 사헌부나 암행어사도 수령들의 죄가 판명되기 전에는 봉고파직을 자제하고 감옥에 넣지 않았다. 수령의 임무와 역할이 다른 관원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괴산군에서 세계인들을 초청하는 큰 잔치를 열면서 정작 주인이 영어의 몸이 돼 그 자리에 없어서야 되겠는가. 괴산군내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민심이 갈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한다.

많은 군민들과 지역 인사들은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임군수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유기농 엑스포를 잘 마무리 하도록 하는 법의 재량을 기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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