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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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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02  21: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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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성서에 예수님 탄생과 더불어 찾아 온 동방박사 세 사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어린 예수의 발에 키스하며 귀한 예물을 바치고 돌아간다. 서양에서 무릎을 꿇는 행위는 왕이나 귀족, 혹은 여성에게 대한 최고의 경의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이 보다 더한 ‘절(拜)’이라는 게 있었다. 상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는 행위다. 이 행위는 상대에 대한 굴복을 나타내며 존경과 충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 동양에서는 언제부터 이런 행동을 만든 것일까.

동양에서는 고대부터 이런 풍속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전설적 치자로 숭앙을 받고 있는 요나라 순임금. 그의 설화를 보면 임금이 시정을 순찰할 때 백성들이 부복하며 행렬을 지켜봤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부복에 대한 예의가 한반도에는 좀 늦게 도입된다. 즉 중국 기록인 마한(馬韓)기록을 보면 ‘무릎을 꿇고 절하는 예가 없다’라고 나온다.

‘(전략)...마한은 산과 바다사이에 거하고, 성곽이 없다. 무릇 작은 나라가 오십육개국이다. 큰 나라는 만호를 거느리고 작은 나라는 수천가를 거느린다....풍속은 그 기강이 적고 꿇어 앉아 절하는 예는 없다. 토실을 지어 거하는데, 형태는 무덤과 같다...(하략)’

그런데 6세기 기록인 ‘수서(隨書)’에는 좀 다른 내용이 나온다. 즉 ‘신라인들은 새해 아침에 서로 예를 차려 축하하고, 왕이 잔치를 베풀며 일월신에게 절하고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우리기록인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백제 고이왕 5년(238)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으며, 고구려 책계왕 2년(287) 정월에는 시조 동명왕 사당에 참배하였다고 한다. 본래 무릎을 꿇지 않았던 풍속이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변모한 것인 셈이다.

고려 말 ‘주자가례(朱子家禮)’가 전래된 이후에는 엄격한 격식에 의해 절하는 풍속이 자리를 잡는다. 임금이나 사대부가 사당에 제사를 지낼 때 먼저 궤법(跪法)의 예에 따라야 한다. ‘궤’란 무릎을 꿇고 앉아서 허리를 쭉 펴고 양손을 무릎위에 올려놓은 자세를 가리킨다. 앉을 때에는 왼쪽 무릎을 먼저 꾸부려 앉고, 일어날 때는 오른쪽 무릎을 먼저 펴고 선다. 이때 두발의 발등이 땅으로 향하고 발바닥이 위로 향하여야 하며 오른발이 왼발을 포개는 X의 형태를 이뤄야 한다.

신하들이 임금에게 예를 올릴 때는 ‘궤법’자세로 4번 절해야 한다. 이를 국궁사배(鞠躬四拜)라고 한다. 왕세자나 후궁에게는 두 번 절을 하는데 이를 국궁재배(鞠躬再拜)라고 불렀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나라 태종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치욕적인 항복의식을 거행했다. 인조는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소위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라는 의식을 치렀다. 인조는 땅에 아홉 번이나 이마를 박아 붉은 피가 낭자했다고 한다.

19세기 말 영국 해군 라이스 호 함장이었던 바실홀은 10일간 서해안 비인만(庇仁灣)에 정박하고 돌아가 '조선항해기'라는 기행문을 썼다. 그는 농가 부엌에 놓여 있는 가마솥을 보고는 '금속제 보일러'라고 표현했으며 동네사람들이 커다란 나무에 수 없이 절하는 풍속을 신기한 듯 묘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미국에 건너가 6.25 참전용사와 초대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워커 장군의 묘를 찾아 큰절을 한 것을 두고 야당이 ‘과공은비례’라며 꼬집고 있다.

한국의 전통 풍속에서 절은 존경과 예의의 표현이다. 맹방 미국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묘소 큰 절을 했다고 과공비례 운운하는 것은 ‘과비(誇批)’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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