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지하철, 회사 엘리베이터, 사무실 책상, 연사와 주고받는 명함, 친구와 저녁 모임에서의 대화 한 토막-
“어제 TV를 새 것으로 하나 바꿨어. 몇 인친데? 바꾸고 보니까 아파트 거실이 너무 좁아 보여. 그래? 몇 평인데...”

아주 평범한 도시 직장인의 하루 동선이자 뻔한 일상이다. 이들의 동선과 대화에 등장하는 사물에서 연상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하철, 엘리베이터, 책상, 명함, TV, 아파트 거실 등. 네 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공간, 그리고 누군가와 공유하고 사유하고, 소통해야만 할 공간, 나아가 몇 인치 몇 평인가, 그 크기로 비교되는 상대적 가치, 우리는 이들 공간의 사각 프레임 속에서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시하고,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살며 부디 치는 이들 공간은 바로 인간사 희로애락의 정서를 가늠하는 창이자 소통의 매개물이다. 이 속에는 인간의 심리적 전략과 정치 사회적 전략이 상호 작용한다. 인간은 일정한 영역 권에서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개인적 공간영역이랄 수 있는 양 팔을 벌린 거리 안에 누군가 접근하면 경계하고 불편해 한다.

대개 엘리베이터 공간이 그렇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침묵을 깨고, 거울을 보면서 불편함을 피하려 한다. 개인적 거리를 넘어 사회적 거리영역인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애써 눈을 감고 조는 척 앞 사람의 시선을 피한다. 사무실에서 높은 사람은 창가 쪽에 자리를 잡는다. 시선을 압도하고 통제하면서 높은 지위를 유지하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그것은 팬과 우상, 독재자와 대중의 관계에서 적절하게 시선을 통제할 수 있는 검은 선글라스가 유용한 것과 마찬가지 심리다. 우상과 독재자는 선글라스 속에 시선을 감춤으로써 팬과 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또 명함에도 가능하면 많은 직함으로 채워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사람임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TV는 대중 지배전략이 작동하는 정치ㆍ사회적 공간

TV의 사각 프레임은 더 유용한 대중 지배전략이 작동하는 정치 사회적 공간이다. 뉴스가 뉴스를 만든다.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도되는 것이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미디어는 이슈를 만든다. 성폭력, 학교폭력, 연예비리, 불량식품, 자동차 급발진 등. 보도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고 많이 보도 하면 심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대중의 일상적 관심사로 눈을 돌려 정치적 문제를 피해간다. 눈속임 마술과 같다. 대중은 뉴스 편집자의 유형화, 고착화, 미화, 홍보의 전략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발굴하는 것이다.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것이다. 다들 한 쪽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숨겨진 진실에 눈 돌리게 하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 생태적 건강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아파트 거실공간은 생활의 편리함보다 거래의 필요성이 우선시 되곤 한다. 때문에 베란다를 트거나 발코니를 확장하는 등 인테리어 공사에 자금을 투자 한다. 지금은 대형 평 수 보다 소형 평수가 거래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오로지 거실 공간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백화점을 보자. 시선을 상품에 붙잡아 두려고 창문을 두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 승강기는 가능한 한 돌아서 가도록 한다. 명품 족들을 위한 매장은 은밀하고, 심플하게 디스플레이 한다. 실 구매자를 위한 공간, 상담 공간은 넓고 화려하다. 상업적 공간의 전략은 구매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온갖 유혹으로 잘 포장된다.

도시 공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도로 위의 온갖 기호와 선도 이동자의 동선을 안내하고 통제하는 정보로서 도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때문에 공간에 작동하는 심리적, 정치적, 경제적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서로 간에 원만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