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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술인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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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8  19: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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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옛날 광대(廣大)는 구경꾼 앞에서 연희를 보여주는 직업이었다. 관중에게 기쁨을 주는 신분이었으면서 대부분 불우한 일생을 살았다. 역사 기록을 보면 신라 때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광대가 등장한다. 신라 문무왕이 고구려 정벌을 하고 서라벌로 귀환할 때 중원경 태수는 가야무(伽倻舞)를 잘 추는 소년을 내세워 왕을 위로했다.

감동한 문무왕은 소년을 가까이 불러 술을 따라 주고 격려한다. 대가야국 출신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슬픈 가얏고 소리에 맞춰 춤을 춘 안쓰러운 어린 광대의 모습에 연민을 느꼈던 것인가.

광대라는 말은 본래 ‘가면’에서 유래됐다. 고려사에 보면 ‘광대란 가면을 쓰고 놀이하는 사람을 가리킨다(假面爲戱者)’라고 나온다. ‘하회별신굿’에 등장하는 ‘각시광대’ ‘양반광대’는 해학 넘치는 가면 탈을 쓴다. 낙동강변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가산오광대’ ‘통영오광대’도 가면극이다.

광대는 소리하는 사람(廣), 악기를 다루는 재비(樂), 줄타기와 땅재주를 하는 사람(才)등 세 부류로 구성된다. 목청이 트이지 않아 ‘소리광대’가 되지 못하면 기악을 배워 ‘재비’가 되었다. 또 악기를 다루지 못하면 줄타기를 익혀 ‘줄쟁이’가 된다. 재주가 없는 아이들은 잔심부름을 하는 ‘방석화랑이’ 되었다고 한다.

‘소리광대’들이 제일 대우가 좋았다. 내 노라 하는 명창들이 여기서 나왔으며 기생이나 부녀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한말(韓末) 명창들과 아름다운 기생의 로맨스가 많았던 것은 이런 풍속도를 반영한 것이다.

‘남사당패’는 조선후기 등장했다. 이들은 대개 고아나 가난한 농부들의 자식들로 일정한 주거가 없었으며 이곳저곳 유랑하며 산 광대들이었다. 이준기 주연의 영화 ‘왕의 남자’는 연산군 시기를 무대로 남사당패의 숙명적인 한을 다뤄 많은 관객을 모았다.

한국영화의 황금기였던 1970년대 중반. 충무로에 가면 많은 스타들을 볼 수 있었다. 무명 배우들은 항상 멋지게 차려입고 다방을 점령했다. 이들 단역배우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희망을 안고 ‘진정한 광대’가 되고자 했다. 왜 이들은 ‘광대’라는 이니셜을 사랑한 것일까. 배가 고프더라도 관중들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배우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60%를 상회한다. 1천만명이상을 동원한 영화도 여러 편이며 해외영화제에서도 위상이 높아졌다. 그런데 한국영화산업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벌급 스타들이 있는가하면 단칸 지하 월세 방에서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있다.

‘진정한 광대’로 불릴 만큼 재능이 있었던 연극배우 김운하씨와 영화배우 판영진씨. 평소 심부전증을 앓아왔던 김씨는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시신으로 발견 되었으며 판씨는 가난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배고픔을 호소하며 굶어 죽은 이후 생긴 또 하나의 비극적 사건이다.

가난한 이들이 어디 영화인뿐인가. 우리나라 예술계 전반, 무명인들의 삶은 너무 힘들다. 많은 화가들이 붓을 꺾고 막노동현장으로 숨고, 뜨지 못한 예술가들은 택시기사로, 청소부로, 택배기사로 살고 있다. 한 달 기십만원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눈물겨운 삶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생각인가. 그림하나 연극표 하나에도 인색한 재벌들. 예술품과 예술인 지원에 인색한 기업들. 이런 자화상을 가지고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국민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들과 예술가들을 살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의 예술문화는 창의와 열정을 잃고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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