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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 아이들을 잡는 잠두봉 백로 떼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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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5  20: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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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경희 편집국장
희고 우아한 자태로 고고한 선비의 상징이었던 새가 백로다. 해서 시나 그림의 소재로 예로부터 특별한 사랑받았다. 전해 오는 시조 가운데 가장 귀에 익은 선우당 이씨의 시조도 백로에 당신의 아들을 빗댄 작품이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샘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선우당 이씨는 정몽주의 어머니 이약녀다. 포은 정몽주가 이성계의 병문안을 가려하자 어머니는 간밤의 흉몽을 이야기하며 아들을 말렸다.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길을 나섰다가 이방원의 수하인 조영규에게 피살되고 만다.

백로과에 속하는 새의 총칭인 백로는 열대에서 온대에 이르는 전 세계에 번식한다. 주로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에 집단으로 둥지를 트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집단 번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백로 중 멸종 직전의 국제보호종인 노랑부리백로는 천연기념물(361호)이다.

그런데 길조로 사랑받던 백로가 애물단지로 원성을 사고 있다. 남의 동네 사태가 아닌 바로 청주시 수곡동의 상황이다.

백로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곳은 청주 남중 별관 뒷산인 잠두봉 지역이다. 학교경계와 맞붙어 있는 이곳에 백로가 서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인 2012년 봄부터였다. 한두 마리가 날아와 신기한 구경거리였던 백로는 무심천이 가까운 천혜의 서식 환경인 잠두봉에 작정하고 둥지를 틀어 이제 1000여 마리 이상으로 개체수가 늘어났다.

백로 떼는 1㎞ 남짓한 거리의 무심천에서 물고기를 취한 후 잠두봉으로 날아와 생활한다. 문제는 급격히 늘어난 백로 떼로 인한 악취와 소음이다. 백로가 먹다 남긴 민물고기 찌꺼기와 백로 새끼 사체가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는 숨을 참아야 할 지경이다. 어마어마한 백로 배설물로 인해 동산 주위는 피해 다닐 오물 밭으로 변했고 백로가 서식하는 소나무 10여 그루는 이미 고사했다.

제일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어린 남중 학생들인데, 새의 잔털이 급식소와 교실로 날아들기 때문에 호흡기나 피부질환이 있는 학생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백로로 인한 오물을 보고 달려드는 파리 등 해충도 급증했다. 상황이 이러니 학부모와 학교는 오물로 인해 바이러스 전염병이 발생할까 전전긍긍이다.

학생들의 수업피해도 심각하다. 백로 서식지인 잠두봉에 면한 학교별관에는 급식소와 미술실, 음악실, 과학실, 도서실 등이 있다. 학생들은 백로들이 우는 소리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급식소 역시 비상이다.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는 미세깃털 때문에 급식소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악취가 심해 아이들은 코를 막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악취는 더욱 심해진다.

유일한 해결책이 벌목이라는데

급기야 백로 서식지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악취 등을 참다못한 남중학교 학부모들이 관계당국에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 보호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학부모와 수곡동 주민을 대상으로 연대서명 운동을 벌인 뒤 서명부를 첨부한 청원서를 청주시와 환경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자연환경과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지만,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은 무리한 목소리가 아니다.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벌목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 뒷산의 이 소나무들이학교와 담을 대고 있는 청주교육대학교의 재산이라는 점이다. 남중학교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죽은 소나무 10여 그루만이라도 베어달라고 청주시에 요구했으나 청주시는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대가 벌목 신청을 한다면 산림과에서 공지하여 벌목을 할 수 있지만 개인소유라서 시에서는 벌목을 할 수 없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작년 10월 대전시 서구 남선공원 주변 주민들은 이와 비슷한 피해를 해결을 했다. 남중학교 학생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었던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인 서구청이 공원주변 소나무를 베어내고 수종을 바꿔버린 것이다.

어린 중학생들의 수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백로도 보호하는 묘안이 벌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인소유라며 뒷짐을 지고 있는 시의 안일함이 답답하다. 설마 다른 기관도 아닌 교육대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을 위협하는 벌목을 반대하겠는가. 그것도 이미 고사한 상태의 흉물스런 소나무 10여 그루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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