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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보다 더 섬뜩한 바이러스에 감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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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5  19: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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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감염경로 조차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국가가 온통 난리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무덤덤하다. 뉴스 시간대를 거의 잠식하고도 모자라 SNS도 부리나케 검증되지 않은 메르스 정보를 물어내는 바람에 메모 공간까지 부족하여 삭제하기 바빴다.

그렇듯 여러 날을 불안·공포와 동거하면서 고작 학습한 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과 낙타, 38℃ 이상 고열 동반 기침에다 호흡곤란 증세로 2003년 발생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치사율 보다 조금 높음’ 정도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손닦기와 마스크 착용이란 평상 생활준칙 외엔 달리 대처 방안도 없는 메르스 인플레이션 아닌가? 꼭 운동선수 단체 등번호 같은 14, 36, 92에 신기한 듯 아이들이 물어온다. 또 자가 격리 때 나머지 가족 행선지도 궁색하다. 그것도 모자라 “국가가 뚫렸다”느니 “정신나간 지자체” 등 책임을 떠넘기는 비열함으로 애궂은 국민은 더 섬뜩한 바이러스에 감염중이다. 사실상 정치, 교육, 경제, 사회, 문화의 패닉상태가 맞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와 그 여운을 두고 안전 불감증의 격한 소리가 따가웠다. 곧바로 해양경찰청이 문을 닫고 국민안전의 컨터롤 타워라며 국민안전처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정말,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다행이라 싶었다. “네 탓 내 탓을 떠난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묻어둔 채 말이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 대응은 어떤가?

정치권에선 질병관리본부장 낮은 직급과 직원수 부족 따지기로 보건복지부장관을 몰아붙였고 대통령의 미국방문 선제 차단에 핏대를 올리다 청와대가 방미연기를 발표함으로서 없던 일처럼 멋쩍게 끝났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긴다던 구호는 다시 내년 총선에나 90도로 허리 꺾은 퍼포먼스로 볼 수 있겠다’는 자조섞인 반응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궤변은 번지르르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병원 역시 잠에서 금방 깬 사람들처럼 엉거주춤 했으니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다.

국민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마다 위 아래, 옆 옆과의 소통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풀어 나간다. 커뮤니케이션에 장벽이 높으면 국가도 무너질 수 있다. 대통령이 메르스를 지키고 앉았어야 마음 놓는 나라, 장관도 공무원도 할 일 없는 나라를 만들 작정인 걸까?

억장이 무너진다. 결국 최첨단이라던 질병관리와 의료의 한계인가? 위기대처 후진 때문일까? 무거운 짐을 진자와 벗은 사람 모두 어려운 현실이다. 일상 속에서 질타와 반목, 불신과 저주엔 습관처럼 익숙하지만 막상, 무엇부터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굳어진 마인드의 허물벗기란 참으로 어렵다. 책임 따지기나 의미 없는 기구 신설, 직급조정을 넘어 자칫 눈 길에서 멀어지기 쉬운 소소한 것일수록 꼼꼼히 챙겨, ‘원시와 미개발’이란 수식어가 다시는 따라붙지 않아야 양심적인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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