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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추방, 국민 지혜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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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5  09: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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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신라 헌강왕 때부터 불려 졌다는 처용가는 역신(疫神)을 쫓는 노래다. 역신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 아름다운 처용의 아내와 잠을 자다 들켰다. 처용은 노래를 부르며 탈춤을 추었는데 역신이 물러났다. 옛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뜬 처용탈을 보면 무서운 역신도 겁을 먹고 도망간다고 믿은 모양이다.

그래서 역신퇴치의 처용무는 조선 시대 까지 명맥이 이어져 온다. 섣달 그믐날 밤 궁중이나 민가에서 악귀를 쫓던 나례(儺禮)의식에 처용무가 등장한다. 역병에 속수무책이었던 과거에는 이처럼 주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 중기에 간행된 의서인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에 역병 막는 방법이 나오는데 실소를 머금 케 한다. 즉 새벽닭이 울 때 사해신의 이름을 21번 부른다든지, 원(元), 범(梵), 회(恢), 막(漠) 네 자를 붉은 글씨로 써서 몸에 차거나 삼키는 등 처방이 기록 되어 있다.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에는 10년에 3번꼴로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한다. 역병이 마을을 휩쓸면 사람들은 처자를 거느리고 걸식행각에 나섰다. 사람들이 많이 주거하는 도성이나 관아가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난감한 조정은 활인서(活人署)라는 수용소를 마련하고 이들을 격리, 수용했다.

​조선 선조때 이정회(李庭檜)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가 쓴 송간일기(松澗日記)에 당시 역병의 무서운 전염력과 피가(避家)등 사례가 나타나 흥미롭다. 노비들이 역병에 전염되어 격리를 호소하지만 효자는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노(奴) 덕부(德夫), 담석(淡石) 등이 4일부터 병을 얻어 고통스러워한다. 병세가 수상하다.(5월 6일) /비(婢) 시월(十月)이가 아침부터 병으로 누웠다.(5월 7일) /모든 친족들이 모두 빈소를 버리고 피할 것을 권했다. 나는 10년 동안 사환(仕宦)으로 인하여 곁에서 모시지 못했는데 이제 이 빈소를 두고 피명하는 것이 사람의 아들로서 어찌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죽고 사는 것이 하늘에 달렸는데 굳게 자리를 지키고 하늘의 뜻을 따르리라.(5월 9일)...(하략)”

조선시대 역병에 걸리면 그 신분에 따라 따로 격리되어 간호를 받았다. 또 가난한 사람들은 병자를 인적이 드문 곳에 버리기도 했다. 역병 번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늙은 부모를 산속에 버리는 고려장이라는 악습이 여기에서 나온 얘기가 아닌가 싶다.

병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역병이 발생한 해당지역 목사나 군수 현감에게 시체를 모아 묻도록 했다. 그러나 조선 명종 2년 역병 때는 떠돌다 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매장마저 힘들게 되자 오작인(仵作人·장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들이 시신을 한데 모아 불태웠다는 기록이 있다.

광해군 시기 당홍역(唐紅疫·오늘날의 성홍열)이 도성을 강타했다. 또 염병(染病)마저 생겨 수구문(동대문 부근 광희문) 밖에 시체들이 즐비하게 쌓였다. 예조에서 왕에게 눈물로 참상을 아뢰자 광해는 허준에게 처방을 강구토록 하명한다. 허준이 의관들과 함께 환자들을 살펴 치료를 위한 약방(藥方)을 정리했다. 이것이 바로 지금도 한방의 고전격인 ‘벽역신방(辟疫神方)’이다.

아직 치료약을 찾지 못한 메르스의 확산을 보며 한국제일의 삼성병원이 무너져 씁쓸하다. 결국 삼성병원이 부분 폐쇄에 들어갔으며 시민들이 무서워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메르스는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각종 유언비어마저 난무하고 있다.

박대통령이 주말에도 불구 서울대병원을 방문, 의료진을 격려하는 등 메르스 진정에 애를 쓰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메르스 백신의 개발이다. 정부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국민들도 자신부터 메르스에 전염되지 않도록 예방에 철저해야 한다. 메르스의 빠른 추방만이 한국을 위기에서 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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