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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도 예쁘게 보는 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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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2  10: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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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필자는 몇 해 전 ‘추사(秋史) 김정희 수적(手蹟)’이라고 쓰여 진 옛 책 한 권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친필 수적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었는데 중국의 당대(唐代)부터 송, 원, 명, 청대까지 아름다운 시를 담아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가운데 한편의 작자불명 칠언(七言) 한시였다.

‘악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 /호취간산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

‘나쁘다고 하여 제거하려고 하면 잡초 아닌 것이 없고, 좋게 취하여 보면 모두가 꽃이 아닌 것이 없다’라는 내용이다. 과연 이 시가 추사선생이 지은 것일까. 필자는 추사문집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이 시의 출전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그런데 어느 날 경기도 모 일간신문에 나온 경희대 김혜정 박물관장의 칼럼을 보았다. 김관장은 박물관 수장고에 소장 된 지강공유고(芝崗公遺稿) 속에서 추사 선생의 시를 인용했는데 바로 이 내용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즉시 용인에 있는 경희대 캠퍼스를 방문하여 지강유고를 볼 수 있었다. 책을 본 결과 ‘지강’은 전라도 분으로 추사의 문인들과 교우한 근세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 시가 정말 추사선생이 지은 것일까. 중산도의 경전에서도 인용한 것을 찾기는 했으나 아직 작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매한 인품을 지녔던 추사가 항상 좌우명으로 삼았을 가능성은 있다.

조선 선조 때 동고 이준경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정도를 지켜온 학자였으며 모든 사안을 아량과 인자함으로 이끈 인물이었다. 그는 임기 중 을사사화로 화를 입은 노수신(盧守愼)·유희춘(柳希春) 등의 죄를 풀어 주었다. 거기다 다들 숨죽이고 두려워했던 명현 조광조(趙光祖)의 억울한 죽음을 푸는데 앞장섰으며 고인을 영의정으로 추증까지 했다. 파당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으며 탁월한 안목과 공정함으로 평판이 높았다.

불가에 관세음(觀世音)이란 가르침이 있다.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바라볼 때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곧 마음의 거울이란 것이다. 귀로 듣고, 말하며, 보고, 맛보며, 냄새를 맡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마음의 거울로서, 마음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관세음보살의 지혜를 담은 반야심경에서는 본디 세상은 허무한 것으로 모든 것을 자비로 보아야 온갖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어떤 사물을 나쁘게 보면 끝없이 나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모두 좋아 보인다는 얘기가 오늘 날 처럼 와 닿는 시기도 없는 것 같다. 당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모두 원수처럼 생각하는 세태, 남이 저지르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모두 적처럼 으르렁대는 갈등의 시대가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새누리당 김무성대표가 부산에서 가족들과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식당을 찾아 순대국을 먹으면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했다. 이 기사를 보고 반대당에서는 즉각 정치 쇼라고 논평하는 가하면 비난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고 한다.

쇼든 뭐든 메르스 사태로 고통을 받는 업소를 찾아 국민들을 안심 시키려는 여당 대표의 행동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상대 당이라도 잘하면 박수를 쳐주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축하해주는 자세가 올바른 태도다.

메르스 사태는 지금 국가위기로 까지 치닫고 있다. 세월호 사태이후 또다시 경제 침체의 터널에 빠지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국민적 단합과 일사불란한 대응이 절실하다. 서로를 흠집 내려고 정쟁에만 빠진다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추사수적’이란 책에 실린 시 한편이 생각나 적어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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