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환자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영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의 삶을 실천한 이는 충북 청주교육지원청 특수방과후지원센터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했던 고(故) 이기원(26·여·사진)씨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쓰러진 후 10여 일간 뇌사상태에 빠졌고 결국 9일 숨을 거뒀다.

금쪽같은 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가족은 이씨의 장기를 여러 환자에게 나눠주기로 하고는 실행에 옮겼다.

이씨의 어머니는 “기원이가 생전에 남을 위한 삶을 꿈꾸었기에 그 뜻을 따르고 싶었다. 기원이도 기꺼이 허락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간(분할)과 췌장, 신장(좌·우)을 다섯 사람에게 나눠주고 하늘의 별이 됐다.

이씨가 생전에 했던 일은 특수교육대상자 가운데 언어장애가 심한 학생을 돕는 것이었다. 주당 3~4일씩 특수학교나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찾아가 말을 제대로 못 해 고통받는 학생을 돕는 ‘언어재활’이 그의 업무였다.

2012년 3월부터 3년째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일했던 이씨는 정규 공무원은 아니었지만, 주눅들지 않았고 묵묵히 해야 할 일만 착실히 해나갔다. 적은 월급으로 생활하면서도 굿네이버스에 등록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 2명에게 후원금을 보냈고 비영리봉사단체에도 후원금을 냈다.

이씨의 언니는 “4녀 중 막내였지만 생각이 참 깊고 심성이 고왔다”며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고,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다는 걸 사망 후에 알았을 정도로 기원이는 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이씨의 장례는 그의 고향 근처에서 분골을 화장한 후 향나무 주위에 뿌리는 수목장으로 진행된다.

청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청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를 잃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고인과 가족의 숭고한 뜻에 다시금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