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 침체로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 반도체 등 IT 투자만큼은 공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13일 대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 기조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시설·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을 역대 최대인 38조∼40조원 규모로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분야에만 15조원, 특히 비(非)메모리에 8조원 수준을 예상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규모가 메모리를 넘어서는 것은 처음이다. 스마트 기기에 필요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 투자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비메모리 사업 투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자전환과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잇단 악재를 만난 LG전자[066570]도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차세대 스마트폰인 '롱텀 에볼루션(LTE)'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결정한 1조1천539억원의 유상증자 금액 중 53%인 6천109억원을 휴대전화 사업에 투입하려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 사업을 맡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시설·장비투자에 853억원, LTE스마트폰 개발에 631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또 4천625억원은 LTE 신규 모델과 선행기술, CAS(Contents Applications Service) 시스템 개발 등 MC본부 R&D에 쓰인다.

하이닉스 인수에 성큼 다가선 SK텔레콤[017670]도 스마트 기기용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생산해 세계무대로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내수 위주의 이동통신시장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하이닉스의 핵심 제품을 메모리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로 바꾸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전망된다.

이런 스마트 기기와 관련된 공격적 투자를 제외하고는 기업 대부분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내년 계획안을 만지고 있다.

철강 시황 악화로 올해 투자를 7조3천억원에서 6조원으로 줄인 포스코[005490]는 내년 상반기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검토하던 광양제철소 제1·5고로 개보수 투자를 2013년 이후로 미루고, 지난 6월 착공한 파이넥스 3공장 완공 시기를 늦추는 등 설비 신설·개보수 일정을 조절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최종태 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현금창출능력 범위 내 투자'가 원칙인데 내년에도 현금창출능력이 올해보다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해 긴축 흐름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현대기아차는 선진시장의 자동차 수요 회복세가 더디고, 신흥시장의 저성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내년 판매는 올해 대비 한자릿수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무리한 물량 증대보다는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향상에 집중키로 하는 등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유지할 작정이다.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경기 회복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 주요 기반시설 공사 등 중동지역 중심의 해외수주에 초점을 맞추며 신중하게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 밖에도 한진해운[117930], 현대상선[011200], STX팬오션[028670] 등 주요 해운사들도 내년에는 선박 신규 발주는 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정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