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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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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3  19: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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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거짓말을 예전에는 허언(虛言)이라고 적었다. 진실 되지 않거나 실속이 없는 말을 지칭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거짓말을 코미디로 즐긴 여유가 있었다.

옛날 한 재상이 있었다. 그런데 재상은 거짓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여 자신의 딸을 걸고 대회를 연다.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총각에게 딸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총각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낙점을 받았다. 재상은 화를 내며 ‘너처럼 거짓말 잘하는 놈은 처음이다’라고 무릎을 쳤다는 것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그가 봉이(鳳伊)라는 호를 얻게 된 내력도 거짓말과 관련이 있다. 김선달이 하루는 장마당을 구경하다 닭 파는 가게 옆을 지나게 되었다. 닭장 안에는 큰 닭 한 마리가 있었다. 김선달은 묘안이 떠올라 주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그 닭이 ‘봉(鳳)이 아니냐?’고 물었다.

김선달이 계속 묻자 아니라고 부인하던 닭 장수는 팔 욕심으로 ‘봉’이라고 거짓 대답했다. 김선달은 비싼 값을 주고 닭을 사 고을 사또에게로 달려가 봉이라고 바쳤다. 사또는 관장을 능욕한 놈이라고 선달을 붙잡아 볼기를 친다.

김선달이 닭 장수가 ‘봉’이라고 하여 산 것이라고 호소하자 사또는 닭 장수를 붙잡아 죄를 캐물었다. 결국 김선달은 닭 장수에게 닭 값은 물론 볼기 맞은 값으로 많은 배상을 받아냈다. 고전 김선달전은 수 백년 서민들의 삶속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아왔다.

조선 2대왕 정종은 왕자시절 첩을 얻어 아들을 낳았다. 허수아비 왕이 된 후 첩과 아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원자라고 부르며 보배처럼 키웠다. 그런데 다음 승계를 노렸던 동생 방원이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반발한다.

왕은 아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자기 소생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꾸며 궁 밖으로 쫓아냈다. 그리고는 서둘러 왕위를 동생에 물려주고 개경으로 건너가 숨죽이며 살았다. 허언으로 위기를 모면한 사례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진시황(秦始皇)대 승상 조고(趙高)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고는 주변에 있는 신하들을 향해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인데 살아남기 위해 사슴을 말이라고 대답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은 때론 인간사에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영화 ‘뷰티플라이’는 바로 아름다운 거짓말을 그린 영화. 배경은 1987년 치열했던 수단 내전. 부모를 잃은 4형제는 수천 마일 떨어진 케냐의 난민촌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형 ‘테오’는 반군들에게 아이들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기지를 발휘, 자신만이 반군들에게 붙잡혀간다. 형제들은 13년 뒤 미국에 정착할 기회를 얻어 됐다. 어느 날 동생은 케냐의 난민촌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던 형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동생은 난민촌으로 달려가 형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동생의 이 거짓말이 숭고한 ‘뷰티플 라이’로 승화된 것이다.

성완종 게이트로 문건에 오른 관련자들이 대게는 거짓말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두 번씩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사안을 두고도 서로들 잘못이라고 떠넘기는데 열중이다. 자신과 당을 살리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그런데 이들의 궁색한 변명이 영화처럼 ‘뷰티플라이’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곧 탄로 날 사안도 우선 우기고 보는 ‘지록위마’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반성하는 정치인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어글리 라이’ 일색의 정치지도자들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잔인하다는 4월이 가고 이제 싱그러운 신록의 5월이 왔다. 대지에 새로운 기운이 왕성하다. 우리나라 정치현장도 자연의 모습처럼 신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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