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우 정치부장

‘死孔明走生仲達(사공명주생중달)’ 삼국지 촉서에는 유비의 군대가 군사 제갈공명을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조조의 군사 사마중달을 속여 추격을 따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지금 고인 성완종 회장이 이완구 총리 목을 조여오고 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크’ 사건이 불거지자, “성 전 회장과는 잘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3000만원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사실로 밝혀지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친분이 없다더니 23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이 총리 전 운전기사가 “성완종 회장이 사무실에 왔었다”고 진술해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완구 성완종 두 사람은 충청이 낳은 인물이다. 이완구는 총리까지 올라간 성공한 정치인으로, 성완종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업가이다. 둘 다 오랫동안 충남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그래서 서로 잘 아는 사이다. 필요할 때 서로 돕는 사이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두 사람이 악연이 된 것은 성 전 회장이 지난 재보선 때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면서 부터다. 성 전 회장은 “자신과 경남기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건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를 선포한 직후였다”며 일종의 ‘보복수사’라고 보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이 총리 이름을 수차례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 총리를 ‘사정대상 1호’로 지목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을 비판하는 측에선 오랜만에 나온 충청 출신 총리를 도와주기는 커녕,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은 돈을 수단으로 구명운동을 펴고, 마음대로 안 되니 ‘함께 죽자’ 식으로 행동하는 건 야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총리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이 총리의 잇따른 ‘말 바꾸기’ 논란에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 총리는 말바꾸기 지적이 나오자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며 변명하기도 했다. 지역비하 발언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보다 진솔했어야 했다. “고인 성 전 회장과는 충남 고향 선후배 사이로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 선거 때나 총리인준 때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총리 취임 후 성 전 회장이 구명요청을 했지만 도움을 주지 못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 총리가 검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겠는가”하면서 정공법을 택했어야 했다.

‘함께 죽자’ 야비하다 비판... 2번째 총리 낙마 충청권 ‘착잡’

고 성완종 회장은 지금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이 대상이지만 야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마침내 이완구 총리가 사퇴를 했다. 이 총리는 퇴임 식장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언론사 외압’ 논란 속에 어렵게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취임 70일 만에 낙마했다.

두 사람 간의 알력이 폭로와 부인, 비난과 거짓말, 원망과 자살로 이어진 이완구-성완종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충청지역의 민심은 착잡하다. 박근혜 정부들어 5번째 총리 중 충청권은 2번 기회가 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청문회 과정서 중도포기하거나 조기 낙마했다. 충청권에서 인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충청도 사람을 겨냥해 ‘의리없는 사람들’이라 비아냥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충청도 출신 기업인도, 고위공무원도 처신하기가 어렵게 됐다. 충청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충청인’이라는 게 부끄럽다.

20년 전인가 삼성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해 김영삼 대통령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정치가 경제를 도와주기는 커녕, 발목을 잡는다는 데 한 말이다. 지금도 정치는 4류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