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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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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6  08: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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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동매(冬梅)가 피었나 싶더니 벌써 전국은 ‘벚꽃(櫻花)’의 천지가 됐다. 주말 청주 무심천, 용화사에서는 벚꽃 축제가 열려 많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때 일본 꽃이라고 하여 괄시 받았던 벚꽃(왕벚나무)이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학설이 받아들여지면서 이젠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벚꽃을 국화처럼 대우한 것은 그들이 이 꽃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화는 아니며 예부터 벚꽃을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어디서나 벚꽃축제(사쿠라 마츠리)가 열리고 오사까 교오또 등 고도에 가면 수령 500년이 되는 벚나무들이 많다.

그러나 어디 벚꽃나무가 일본의 전유물인가. 고려 팔만대장경 목판도 산 벚나무로 만들었다는 학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 학설로 미루어 본다면 예부터 강화도와 전라도 지역에 벚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음이 증명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문적들을 보면 벚꽃은 ‘앵화(櫻花)’로 표기된다. 앵화는 두견화, 매화, 도화등과 더불어 봄꽃으로 소개되고 있다.(若梨花, 杏花, 桃花, 櫻花, 李花, 來禽花, 迎春化, 杜鵑花...) 옛 시인들은 이른 봄 요염하게 피어나는 앵화를 앞 다퉈 노래했다. 양촌(陽村) 권근이 한양도성을 노래한 시에도 ‘앵화’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6백년 전 한성거리에도 벚꽃이 만발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말 판소리의 대가 신재효는 59세 나이에 애제자였던 진채선을 위해 단가를 지어준다. 그 단가 속에는 미인이었던 진채선을 붉은 앵화에 비유했다.

“(전략) 해어화 거동보소 아름답고 고을씨고 / 구름같은 머리털은 타마제 아닐런가 / 여덟팔자 나비눈썹 서귀인의 그림인가 / 환환한 두 살 작은 편쳔행운 부딪치고 / 이슬속의 붉은 앵화(櫻花) 번소가 아닐런가”

옛 선비들은 봄꽃 중에서 매화를 제일 사랑했다. 찬 겨울을 이긴 인동화(忍冬花)요, 의연한 기품을 사랑한 때문이다. 조선 선비들이 지은 시 가운데 매화송이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퇴계는 평소 매화에 심취하여 분재를 가까이 두고 애완했다. 임종하면서 ‘매화에 물을 주라’고 까지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관기 두향은 퇴계가 군수로 부임하자 자신이 가꿔온 매화분재를 선물했다. 글재주가 있었던 두향은 매화를 받고 감동한 퇴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약 10개월 남짓 단양에 있었던 퇴계는 두향과 이별하고 고향 안동으로 돌아가 더욱 많이 매화시를 지었다. 두향을 매화에 빗댄 것인가. 시 구절마다 매화 향을 떠올리고 그리움을 담았다.

매화는 ‘정절(貞節)’을 상징한다. 조선 중엽 전라도 부안에 매창(梅窓)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글을 사랑하여 이렇게 호를 지은 것이다. 양반들이 애인을 삼으려고 했으나 정절을 지켜 천민 출신이었던 유희경만을 사랑했다.

당대의 지성 허균이 매창의 유명세를 듣고 내려와 수작하려 했다. 당시 매창의 나이는 30세. 두 사람은 밤늦도록 술을 마시면서 시를 주고받았는데 매창은 조카를 시켜 대신 잠자리 시중을 들게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매창이 연인 유희경과 그리움을 주고받은 시는 너무 유명하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유희경은 이렇게 화답했다.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보고 / 오동나무에 비 뿌릴 때면 애가 끊기네”

매화나 벚꽃 모두 우리 조상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봄꽃. 군자의 고절한 기백이나 여인의 아름다움과 정절을 상징하는 정결한 꽃이다. 서양에서도 매화나 벚꽃의 꽃말은 교양과 정신이라고 한다. 벚꽃의 가절, 한번 음미해볼만한 내용들이라 반추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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