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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길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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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9  18: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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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욕에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인가. 상대방이 나를 향한 욕에는 분노하지만 남들이 주고받는 욕을 들으면 우습게 느껴지고 즐겁기 까지 한 것이 상정인 모양이다.

한 때 조폭 영화 시리즈가 유행할 때 쌍스러운 욕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없었다. 십수년전 광주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사색욕 잔치대회’를 열기도 했는데 욕을 풍부한 문화자산으로까지 평가했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이 같은 행사를 열게 된 동기는 ‘욕을 시원하게 뱉어 냄으로써 삶에 활력소를 얻고 생활에 찌든 우리 자신을 개운하게 닦아내자’는 취지였다.

판소리는 한마당에서 펼쳐지는 원맨쇼의 유형이다. 노래와 사설, 그리고 액션까지 소리꾼은 여러 캐릭터로 얘기를 끌고 간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어김없이 등장하는 욕지거리. ‘변강쇠가’는 욕과 음담패설의 최고봉으로 평가된다.

“열다섯에 얻은 서방(書房) 첫날밤 잠자리에 급상한(急傷寒)에 죽고, 열여섯에 얻은 서방 당창병(唐瘡病)에 튀고, 열일곱에 얻은 서방 용천병에 펴고...스무 살에 얻은 서방 비상(砒霜) 먹고 돌아가니, 서방에 퇴가 나고 송장 치기 신물난다. 이 년을 두었다가는 우리 두 도내(道內)에 X 단놈 다시 없고, 여인국(女人國)이 될 터이니 쫓을 밖에 수가 없다...(하략)”

판소리 춘향가나 조조의 패망을 그린 적벽가에도 많은 욕들이 등장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하는 화장실 욕은 때로는 듣기 거북한 대목도 있다. 은퇴한 기생의 딸과 이도령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노래 춘향가마저 욕과 음담문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적국과의 전쟁에서 전사들의 욕은 엉덩이를 까 상대진영에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내 X나 핥으라’는 의미의 이 행동은 상대에게 최고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고대의 기록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 ‘황산벌’에서 감독은 이 기록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했다.

각 나라마다 욕이 많지만 예부터 중국의 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짐승의 항문 같은 녀석(你这个腔肠动物)’, ​‘모자란 녀석 네 선생이나 해라. 저능아도 널 가르치겠다(你白痴可以当你的老师,智障都可以教你说人话)‘ 등은 지금도 쓰여 진다. 예부터 우리의 가장 심한 욕으로 내려오는 ‘육시(戮屍)할 놈’의 경지와 비슷한 것은 ‘너를 녹여서 다시 만들겠다(你需要回炉重造)’이다.

욕을 잘못하면 결과는 비극을 가져 온다. 고려 중기 무신들의 난은 문신들의 비하와 하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신들은 무신들을 대할 때 갖은 욕설은 물론 심지어 매까지 들었다. 어느 날 임금이 베푼 잔치에서 어린 문신이 늙은 무신의 뺨을 때린 것이 도화선이 되어 궁중을 피로 물들이는 비극을 불러왔다. 쿠데타가 일어난 날 밤 분노한 무신들은 문관복장과 관모를 착용한 사람이면 모두 도륙했다는 기록이 있다.

청주시 서문동에서 해장국집을 했던 고 김유례여사는 욕으로 성공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아침에 자신의 해장국을 찾는 장관에게까지 ‘남기지 말고 다 처먹어’라고 욕설을 해댔다. 이 집을 찾았던 청주 사람치고 욕 한마디 안들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욕쟁이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욕이 아닌 인자함이 살아있었다. 억척스럽게 번 돈을 모두 충북대학교 장학기금으로 기증, 만년을 존경 속에 살고 갔다.

최근 인기 탈랜트들이 촬영장에서 말한 욕설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 논란이 일고 있다. 욕으로 가득 찬 평소의 대화에 많은 이들이 실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실상은 어떤가. 일상 대화는 물론 전화내용도 욕으로 시작하여 욕으로 끝난다.

친구 간에도 심한 욕은 상처로 남는다. 적당한 욕은 더욱 친밀해지는 활력소가 되지만 도를 넘으면 감정이 폭발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언어 순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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