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2일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26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광주 송정역까지 호남고속철도 KTX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날 호남고속철도 KTX가 오송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 열차는 잠시후 오송역에서 출발하겠습니다.”

26일 오후 2시 충북 오송역 7번 플랫폼에서 마주친 베이지색 몸통에 진한 보라색 띠를 두른 신형 KTX의 모습은 흡사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는 비단뱀 같았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에 앞서 시승에 나선 충북도와 청주시 관계자, 취재진 등 120여명의 시선은 긴 KTX의 유려한 몸체로 모아지고 있었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도 잠시 참가자들은 승차 안내방송에 따라 정해진 플랫폼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탑승을 기다렸다는 듯이 KTX는 출발시각인 오후 2시 25분이 되자마자 미끄러지듯 오송역을 벗어났다. 오송~광주송정 기차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참가자들은 KTX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객실 구석구석을 살피는 등 움직임이 분주했다. 의자는 어느 정도까지 뒤로 젖혀지는지, 발판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자 뒤에 달리 간이선반은 어떤 모양인지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소란스럽던 객실내 분위기는 KTX가 출발한지 5분여만에 차분하게 바뀌었다. KTX의 속도감을 느껴보려는 시선들이 창밖을 향했기 때문이다.

가득찬 물컵의 물이 흘러 넘치지 않을 정도로 진동이 적었다. 소음도 경유차 실내소음보다 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설렘과 기대감으로 시작된 시승식은 단 1시간 3분만에 끝났다. 시속 300㎞를 자랑하는 KTX의 위용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2번의 정차시간 9분을 제외하면 딱 54분 걸린 셈이다.

▲ 이시종(오른쪽) 충북지사가 26일 호남선 KTX 시승체험 행사에 참석해 문영석 KTX 오송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충북도 일행과 동승했던 승객 윤병욱씨(68)는 “내장산과 무등산 등반을 종종 했었는데 그동안 차로 3~4시간 걸리던 거리를 1시간만에 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시종 도지사는 시승 직전 “충청권과 호남권이 앞으로 교통뿐 아니라 문화 산업 관광 등에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상호교류를 통해서 발전을 이루겠다”며 “이제는 오송을 중심으로 충북을 거쳐 강원도로 나아가는 충북선 고속화 사업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9년 착공한 호남고속철도는 지난해 말부터 5개월간 시험운행을 걸쳐 오는 4월 2일 개통한다. 비로소 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번에 개통되는 호남고속철도는 용산~목포의 경우 운행시간이 종전 3시간 30분대에서 2시간 10분대로 1시간 이상 대폭 단축된다. 또 KTX 운행도 기존 24회에서(편도기준) 32회로 8회 증편된다.

충북으로선 오송분기역과 청주국제공항을 축으로 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