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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 이광요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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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4  09: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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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조선시대 ‘청백리녹선(淸白吏錄選)’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관리가 사후에 청백리로 선정되면 대대로 명예가 빛나고 후손들이 대우를 받았다. 후손이 과거에 붙을 만한 실력이 안 돼도 벼슬길에 올랐으며 후학들은 저서를 발간하고 그 풍모를 사표로 삼았다.

조선 태종 대 ‘대쪽재상’ 허조는 괴산이 고향이다. 깡마른 체격에다 허리가 꾸부정하고 눈이 매처럼 생겨 ‘송골매재상(瘦鷹宰相)’이라고도 불렸다. 원리원칙 주의자였던 그는 자신의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아 임금까지도 미워했다.

태종은 허조의 직언이 거슬려 귀양을 보내려 했지만 황희의 도움으로 화를 모면했다. 황희는 임금에게 ‘허조와 같은 강직한 신하도 곁에 두셔야 합니다’ 라고 두둔한 것이다. 그런데 태종은 임종하면서 아들 세종을 불러 다음과 같이 유언했다고 한다.

“허조는 내 주춧돌이었다. 이 같은 신하를 항상 가까이 해야 한다.”

부왕 태종의 유명을 실천한 세종은 측근에 청백리를 많이 두어 올바른 정치를 펼 수 있었다. 자신의 등극을 반대했던 황희마저 영상으로 기용함으로써 성군으로 성공한 것이다.

세종 대 정승 유관(柳寬)은 집이 가난하여 비만 오면 지붕이 샜다. 부인이 비가 떨어지는 곳에 그릇을 받쳐놓으면서 자신보다는 가난한 백성들을 먼저 걱정했다고 한다. “내 집도 이처럼 비가 새는데 가난한 백성들은 어이 할꼬?”

만년에 충남 아산 고향에 내려 살던 고불(古佛) 맹사성도 청백리에 녹선 됐다. 어느 날 고을 현감이 인사차 맹정승 집을 방문했는데 마당에 남루한 옷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현감은 노인을 하인으로 판단, 거드름을 피우다 그가 정승임을 알고는 허겁지겁 도망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도망가다 관인을 연못에 빠뜨렸는데 연못 이름이 침연(沈淵)으로 불려진다.

명재상이었던 백사(白沙) 이항복도 청백리다. 낡은 집에 살던 백사에게도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병조판서를 지낸 장만(張晩)이 이웃에 살고 있었다. 장만은 당시 영남 안찰사였는데 백사를 찾아와 “대감께서 사시는 집이 너무 초라하니 다른 곳에 새 집을 지으면 제가 그 값을 모두 치르겠습니다.”하고 제의했다. 그 때 백사는 “지금 자네가 백주에 나라의 재물을 훔쳐서 나에게 주겠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장만은 “저희 집에는 약간의 재물이 있습니다. 어찌 관물에 손을 대겠습니까. 그렇지 않으시면 집을 짓는 재목을 가져와서 건축을 돕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뜻을 받아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이항복은 단호히 거절하고 낡은 집을 떠나지 않았다.

청주출신 청백리 한덕필(韓德弼)은 영조 때 인물로 그의 백성사랑에 하늘마저 감동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가 성주목사로 있을 당시 오랫동안 가뭄이 들었다.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자 한덕필은 자신의 부덕으로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장작을 쌓아놓고 그 위에 올라가 ‘소신(燒身) 기우제’를 지냈다. 이때 마침 하늘에서 비를 내려 온 고을 백성들이 덕필을 얼싸안고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거유 이황은 운명 직전 자손들에게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유언한다. 조그만 돌에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淘晩隱眞城李公之墓)’이라고만 새기라고 했다. 욕심 없이 살았던 귀거래사의 주인공 도연명(陶淵明)의 풍모를 흠모했기 때문이다.

명종 대 청백리로 아곡(莪谷) 박수량이 있었다. 한성부윤과 여러 판서를 역임했지만 매우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사후에 정혜(貞惠)라는 시호(諡號)를 받았으며 묘를 크게 하지 말고 비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다.

며칠 전 타계한 싱가폴 국부 이광요(李光耀) 전 수상의 과거 청렴했던 생애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는 임종하면서 아들에게 자신의 집을 성역화 할 것을 우려하여 모두 철거하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조선 유교사회 ‘청백리정신’을 그대로 닮은 이광요의 처신을 우리 정치지도자와 관리들도 가슴에 새겨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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