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성영용 회장과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충북지사협의회 황관구 전 회장 간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일각에서는 오는 8월 치러지는 한적 충북지사 회장 선출의 전초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지난달 성 회장을 상대로 청주지법에 봉사원 자격상실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18일 밝혔다.

성 회장이 이끄는 충북지사가 자신을 봉사원으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한적 충북지사는 황 전 회장이 불법으로 민간단체를 만들어 지자체로부터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원받아 봉사원 자격을 박탈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이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데다 적십자 봉사관 건립이라는 숙원사업까지 해결한 황 회장을 내친 충북지사의 조처에 대한 원성이 적지 않다.

양측의 갈등은 황 전 회장이 ‘적십자사 봉사회 청주시 협의회’를 만들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초까지 봉사회를 이끌던 황 전 회장은 청주권 4개 지구 회장단과 논의, 청주시 협의회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충북도에 민간단체 등록을 신청했다. 4개 지구를 대표하는 사무실을 마련하려면 지자체로부터 민간단체 보조금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황 전 회장은 “6년 전부터 사무실 마련을 준비해왔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구심점이 될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점을 충북도가 인정해 민간단체로 승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된 청주시 협의회는 충북도와 청주시로부터 민간단체 보조금(5억원)을 지원받아 청원구 내덕동에 건물을 구입, 사무실을 마련했다. 구입한 건물은 친인척 소유의 건물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황 전 회장은 충북지사에 적십자사 명칭 사용에 관한 허락을 요청하지 않았다.

한적 충북지사는 감사를 거쳐 황 전 회장의 적십자봉사원 자격을 박탈하고 청주시 협의회 직원들을 징계했다.

충북지사는 자격상실 통보서에서 “충북지사 승인 없이 문서를 위조해 임의단체를 만들었다”며 “구입한 건물도 친인척 소유로 비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명시했다.

청주시 협의회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유령단체’인 만큼 충북도에 민간단체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사법기관에 보조금 불법 수령 등으로 고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격상실 통보에 대해 황 전 회장은 “회원자격 상실과 관련해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으며 친인척 건물이지만 2곳에서 감정평가를 받은 뒤 구입을 했다”며 “청주시협의회를 만들고 지원금을 받는 일련의 모든 과정 역시 충북지사는 알고 있었으나 별다른 지적이 없었고 성 회장은 관계자들을 찾아와 ‘잘 진행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충북지사 성 회장은 “지자체가 ‘적십자’라는 단체 이름을 보고 도와준 것이지 (황 전 회장) 개인을 도와준 게 아니다”라며 “집행부로서는 적십자 명칭을 무단도용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갈등과 관련 적십자사 안팎에서는 오는 8월 말로 예고된 한적 충북지사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성 회장은 연임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2012년 8월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충북도가 추천한 인사를 제치고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충북도와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

반면 황 전 회장은 충북도의 신임이 깊은 인물이기 때문에 성 회장과 황 전 회장 간 갈등이 차기 회장을 둘러싼 전초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황 전 회장도 “전국봉사회 중앙협의회 부회장직을 내려놓으면 이 건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회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황 전 회장의 자격상실에 대해 청주권내 적십자사 봉사회원 744명은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청주시 적십자 봉사회는 1천100여명에 이르는 거대조직이지만 봉사원을 위한 휴식공간이 없어 공간마련이 가장 큰 과제였고 황 전 회장이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봉사원의 상급기관으로 행세해 오던 한적 충북지사 관료들이 보조금 수령 대상에서 배제된 것에 앙심을 품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황 전 회장을 제명했다”며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성 회장 측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