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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유적 보존’ 대통령이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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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6  08: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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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70년대 말 필자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한 야산에서 작은 토성(土城)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원삼국시대 것으로 추정 된 토성 주위에서는 많은 고식(古式)의 토기잔해가 수습되었다.

그런데 이 토성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다. 누군가가 토성을 불도저로 밀어붙인 것이다. 토성이라는 것이 당국에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생각한 이들이 서둘러 토성의 흔적을 없애버린 것이다. 토성은 넓은 경작지로 변하고 말았다. 여기저기 흩어진 토기의 잔해들을 보면서 같이 답사를 했던 이들과 더불어 망연자실한 기억이 새롭다.

또 90년대 초 청주 오창 미호천을 낀 구릉에서 구석기 유적이 찾아졌다. 구석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이셨던 고(故) 손보기박사도 답사했으며 석기를 확인한 후 매우 주목할 만한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에 까지 보도된 이 유적은 보존되지 못하고 지금은 공장이 들어서 유적을 확인 할 길이 없다. 구석기 유지와 유물이 파괴되고 파손 됐다. 공주 석장리와 둔산유적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사적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 90년대 초 대전 둔산 선사유적도 멸실 위기에서 찾아졌다. 종합청사가 건립되기 전 찾아진 선사유적은 구석기부터 청동기 시대를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으나 이의 보존을 놓고 토지공사와 학계가 팽팽하게 샅바싸움을 했다.

결국 1만평정도 보존하는 것으로 귀결되었지만 수십만평에 달하는 유적이 그냥 땅에 묻히거나 파헤쳐지고 그 위에 아파트와 관공서 건물이 들어섰다. 지금도 그 옆을 지나가면 당시 유적을 그대로 존치하면서 건물을 지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그랬다면 대전 둔산의 가치는 물론 세계적 자랑거리가 됐을지 모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요한 유적들이 얼마나 사라지고 있을까. 춘천에서는 중도 선사유적의 보존을 놓고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학계와 시민들은 유적을 보존하자는 것이고 개발자와 강원도는 일부는 수용하되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중도유적은 과거 대전 둔산 선사유적을 답습하는 것 같아 씁쓰레 하다. 이 유적은 지금까지 발견 된 한국의 선사유적 가운데 제일 넓고 다양하다. 학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될 만한 유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발굴결과 선사시대 주거지, 지석묘, 적석총 등 270여기가 확인된 바 있다. 선문대 이형구 교수에 따르면 917가구의 집자리 유적에 가구당 6, 7명이 살았다고 보면 대략 6000∼7000명의 주민이 거주한 대단위 취락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주거지 밀집지역의 중심구역의 네모난 형태의 방형 환호(環濠)에 주목했다. 성곽의 해자(垓字)처럼 긴 도랑을 파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짐승이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시설로 해석했다. 마치 역사시대 궁성 유적과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중도유적은 레고랜드 보다 더 중요한 우리 민족의 값진 유산이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는 중도유적에 대해 일체의 코멘트가 없다. 경제논리로 생각하여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함에 무게를 두는 것인지. 수익이 많이 난다면 경복궁이라도 철거하고 그 곳에 공장을 짓는 논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중도 유적은 대통령이 나서 보존문제를 다뤄야 할 사안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기구로 문화융성위원회가 있으나 말로만 ‘문화융성’을 외치지 헛구호에 지나지 않고 있다. 공예나 게임, 영화도 중요하지만 편협 된 집중력은 안 된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도 문화융성의 한 장르다. 청와대 수석 가운데 문화재 연구등 국학분야 전문가가 없는 것도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유적은 한번 파괴하면 복원이 안 된다. ‘우리가 성금을 보내 나일강댐에 묻힐 위기에서 구해낸 아부심벨보다도 춘천 중도유적은 더 소중하다’는 이형구 교수의 호소가 와 닿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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