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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藥)은 고사하고 병(病)만 주는 금연정책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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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5  18: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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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담배는 해로운 걸 알면서 선생님 몰래 /여기저기를 쫒기듯 숨어서 연기를 올린다. /엄마 아빠께 들킬까 봐 /이를 몇 번 씩 닦고 입을 가셔내며 또 담배를 피운다. /어른들은 어떻게라도 끊으려고 애쓴다는 데 /나는 왜 반대로 갈까? 함께 피울 친구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다. /금연 선서를 해놓고 하루도 못가 약속을 깼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금연교육 닷새 동안 2개 밖에 안 피웠다. /십분의 일로 줄었다. / 중학교 2학년 짜리 ‘금연교육 소감 ’ 시의 일부다.

1960년대, 우리 옆집 할아버지는 동네 아이들을 불러모아 옛날 이야기를 해 주시는 걸 즐기셨다.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지 하루만 건너 뛰어도 큰 손해였다. 쉴 시간은 영락없이 썰지 않은 채로 말린 담배 잎사귀를 잘게 부수어 담뱃대에 채우시곤 성냥불을 당기셨다. 몇 모금을 짧게 힘주어 빠신 뒤라야 여유있게 연기를 뿜는 할아버지의 일상적인 흡연 모습을 지키며 마무리 우화를 기다려 왔다. 시간이 흐르자 솔직히 이야기 내용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 멋스러운 흡연을 흉내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방엔 담배와 재떨이만 놓여있을 뿐 할아버지께서 안 보였다. “한 번 피워보자”며 신문지에 연초를 말아 난생 처음 담배를 입에 댔다. 어떤 아인 계속 기침을 했고 나는 생각과 달리 불씨가 커져 입술까지 그을렸다. 너무 엉성했던 왕초보 담배 조제를 경험했다. 50여년 전의 곰방대가 봉초담배와 함께 다시 눈길을 잡는다. 담뱃값 인상 석 달이 채 되기도 전, 저가담배 부활로 뜨겁다. ‘약은 고사하고 병만 주는 금연 정책’의 질타를 지켜 봐야겠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이 세계 최고란 조사 결과에 놀라는 반응도 없으니 더 걱정 아닌가? 초․중․고생의 흡연 원인도 대부분 오르는 일에만 골몰하느라 내려가는 길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모와 자녀, 선생님 학생 간 체온부재에서 비롯된다는 통계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년 동안 빠지다 보면 요요현상으로 본인 의지와 무관하여 금연을 결심해도 왕따가 두려워 주저하는 사례까지 접했다. 금연에 실패 학생들의 위화감이나 상처는 예상외로 크다. 예방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담뱃값 인상액의 상당분을 금연교육에 돌려줘야 옳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흡연 시작 자체를 억제할 교육 확대로 이제 세상에서 담배의 수명도 다 됐음을 터득할 때 그 보다 효과적 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담배 난민까지 생겨났다. 국민건강을 위한 조치였다고 하나 되레 흡연자 고통은 어느 때 보다 심각단계다. 직업과 삶의 환경 등으로 담배가 목숨 줄 쯤인 사람에겐 폭탄이나 다름 없다. 오죽하면 300원 밀어 넣고 ‘낱담배’ 한 개를 받아 연기로 속을 후려내겠는가? 담뱃값은 둘째다. 강과 바다 외엔 맘 놓고 피울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 먼저, 자신괴의 싸움에 이겨야 한다. 모처럼 결심을 또 흔드는 저가 담배로 니코틴 투성이를 다시 입에 물게할 셈이니 건강에 훨씬 더 나쁠 건 뻔하다. “담배값 인상은 세수 목적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란 헤당 부처의 호소 역시 약은 커녕 병(病)만 키운 꼼수로 드러나고 있다. 그게 싫어서라도 묘책은 단 하나, 끊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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