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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김영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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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9  11: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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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평양 용천기생 초월(楚月)은 조선후기 헌종(憲宗) 때 대사성을 지낸 심희순의 애첩이었다. 그런데 어린 그녀가 목숨을 내놓고 상소문을 썼다. 당시의 사회 부조리를 낱낱이 고발한 것인데 세도가인 남편까지도 처벌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이 상소문은 지난 70년대 초 대전에서 처음 필자가 전적(典籍) 소장자에게서 찾아내 햇빛을 본 것인데 그 일부 내용을 보면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다.

“(전략) 저의 남편은 재상의 손자요, 사족의 아들로서 국록을 축내고 있으므로 삭탈관직하여 10년 동안 두문불출케 하시고 성현의 글을 깨우치게 하여 주소서...”

남편의 비행까지 고발한 초월은 또 탐관오리들의 행태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돈 받고 벼슬 파는 탐관오리가 백성의 기름을 빨고, 좌수 아전이 나라 곡식을 훔쳐 먹는 세상입니다. 감사 직위를 받으려면 5~6만금, 수령은 6~7천금을 주어야만 합니다. 조정의 사모를 쓴 벼슬아치들은 다 도적입니다.”

그녀의 항의는 무엄하게도 화살을 임금에게 까지 겨눈다.

“전하께서는 밤늦게 술을 마셔 게슴츠레하고, 옷고름도 매지 못할 만큼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익선관도 벗어 버리고 왼손에는 창녀의 치맛자락을, 오른손엔 지팡이를 짚고 난간에 기대어 ‘사대부집 조선 대사마 대장군 여기 있다’라고 노래를 부르니 해괴할 뿐입니다.(하략)”

기생의 상소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고발 기록 같은 생각이 드는 사료였다. 당시 부패한 나라에 반감을 가진 선비가 기술하여 남긴 기록은 아닐까.

고부 동학농민저항은 수탈당한 민심이 폭발한 사건이다. 군수 조병갑의 주요 부정행위는 수세(水稅)의 강제 징수와 죄 없는 백성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재산을 착취한 것 등이다. 조병갑은 또 부친 선정비를 세운다고 돈 1천량을 강제로 거둬들였다. 전봉준은 혁명을 계획하며 농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우리가 의(義)를 든 것은 그 본의가 다른 데 있지 않고 창생을 도탄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 두자 함이다.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구축하고자 함이다. 양반과 지주 앞에서 고통을 받는 민중들과 방백과 수령의 밑에서 굴욕을 받는 하급 관리들은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은 자다. 조금도 주저치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하략)”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은 30대 초반 나이에 경기도 암행어사로 임명되어 군현을 순찰하고 돌아왔다. 피폐한 백성들의 삶에 충격을 받고 임금에게 다음과 같이 복명한다.

“배가 고파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가 도둑이 아닙니다,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 수령과 감사들이 진짜 큰 도둑입니다”

부패와 야합하지 못한 다산은 주위로부터 미움을 샀다. 끝내는 전라도 강진에 유배되어 오랜 적소생활을 했다. 시폐(時弊)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다산의 실학사상은 외면되었던 것이다. 다산이 죽은 지 60여년 후 조선은 일본에게 굴욕적인 을사늑약을 체결당하고 만다.

최근 김영란법의 국회통과와 더불어 시비가 일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는 반면 대한변협이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또 다른 변호사 단체가 사학 단체들을 대리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이 법이 언론 통제와 탄압에 이용 될 수 있다는 시각을 편다.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한 중국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김영란법에 대해 응원 코멘트를 하여 화제다. ‘자연이 산청수수(山淸水秀)해야 하는 것처럼 부패를 척결하는 것은 정치생태계를 맑게 하는 필연적인 요구’라고 거든 것이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가진 한국. 세계제일의 부패지수 오명을 벗는 깨끗하고 건강한 한국이 되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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