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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 고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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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23  09: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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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효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조선 유교사회에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존재했다. 성종 대 인수대비 한씨와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 간 고부갈등은 역사에 유명하다. 이들의 싸움은 결국 궁중에 피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미워 모든 악행을 왕에게 고발하고 출궁시켜 사약까지 내리지 않는가.

인수대비는 스스로 내훈(內訓)을 지어 며느리들의 덕행을 교육시키려 했다. 까칠했던 성품의 며느리를 떠올리며 내훈을 펴낸 것인지. 인수대비가 나라의 부녀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은 ‘어짐과 배려’ 즉 인(仁)이 골자 였다. 

“재주와 총명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야 부덕이 있는 것이 아니요, 언변이 좋아서 언사가 유창한 것이 부언이 아니며, 얼굴이 아름답고 예쁜 것을 부용이라 함이 아니요, 솜씨가 남보다 뛰어난 것을 부공이라 함이 아니라, 어질 인(仁) 속에 4행(婦德·婦言·婦容·婦功)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4백년전 영남에 살았던 곽주라는 선비의 아내 하씨는 평생 간직해왔던 남편의 편지 1백여통을 머리맡에 묻어 달라 유언한다. 후손들이 묘소를 이장 하면서 미이라가 된 하씨와 함께 햇빛을 본 편지는 큰 화제를 뿌렸다.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를 향해 쓴 편지 속에는 시집살이를 하는 괴로움을 위로하는 내용이 있다.

“친부모 자식 간에도 그러하거늘 의붓 부모를 모시고 사는 당신의 마음이 어떠하겠소. 벙어리삼년, 귀머거리 삼년 그렇게 지내시구려...당신의 건강이 걱정이오...(의역)”

청도군에 내려오는 시집살이 타령은 며느리의 한을 담은 것이다.

“마늘 고추 맵다 해도 시어마이만치는 안 맵다네/ 황처의 밤률이 누리다 해도 시아바이만치는 안 누리고/ 외나무다리 어렵다 해도 맏 시숙 만치는 안 어렵고/ 봄배추가 푸리다 해도 맏 동시 만치는 안 푸리고...(하략)”

조선시대 한문 소설 ‘화문록’은 작자미상으로 처첩 간의 쟁투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엔 포악한 첩이 시어머니를 독살하기 위해 밥에 약을 타는 내용이 나온다. 본처를 모함하기 위한 행위였지만 지엄한 시어머니를 독살하려 했던 첩의 행태는 유교사회의 용납 못할 이단이었다.

혼례를 치른 신랑들은 한동안 처가살이를 하는 것이 상례였다. 어린 며느리가 임신하면 시부모는 아들을 딸려 친정으로 보냈다. 배부른 몸으로 시부모를 모시는 것이 안쓰럽다기보다는 해산한 며느리의 상관은 아무래도 친정어미가 낫다는 것에 따른 것이다.

친정에 돌아온 딸은 시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눌러 사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나 돌아가지 않고 싶었을까. 서울로 시집을 왔던 신사임당은 강릉 친정으로 컴백, 20년을 살다가 시댁으로 돌아갔다. 명종 대 학자 성운(成運)은 마누라의 고향인 보은 종곡에 잠시 머물려다 평생을 살았으며 그 땅에 뼈를 묻었다.

이 시기 젊은 학자 구수복은 사화에 얽혀 파직되자 부인의 손에 이끌려 처가인 보은 마로(馬老)로 내려온다. 그런데 장인은 벼슬을 잃고 무위도식하는 사위가 미웠던지 추운겨울에 내 쫓는다.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을 뻔 했던 그는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한 의인에게 발견되어 따뜻한 보호를 받았다. 수복은 나중에 다시 기용되어 큰 벼슬에 오르지만 처가를 향한 증오의 마음보다는 마로 땅이 좋아 자신의 아호를 속리산 줄기 병암산에서 따 평생 ‘병암(屛菴)’이라 불렀다.

아직도 전통유교사회의 가치 관념이 남은 한국 사회, 명절 때마다 ‘시월드’는 시끄럽다. 갈등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한발씩 다가가 양보하고 이해하며 웃음으로 맞는 시월드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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