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모 신문에서 몇 차례에 걸쳐 추적 보도한 결혼문화가 낳은 부정적 현상에 대한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결혼을 하는 양 당사자나 그들의 부모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업체의 부당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나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결혼 적령기에 근접한 아들 하나를 둔 입장에서 곧 현실로 다가올 일이기도 하고, 마침 결혼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터라 내 눈길을 더 사로잡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산업이 당당한 사회서비스의 한 축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안다. 최근에는 결혼에 관한 갖가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웨딩박람회가 수시로 열린다. 그만큼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원-스톱(one stop)시스템을 이용하여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결혼 절차에 들어갔을 때 소비자가 부딪치는 불평등한 시장 구조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신문의 기사는 그 문제를 짚으며 바로잡아야 할 관행으로 결혼산업의 단면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두어 달 동안 연일 밀려드는 경조사 소식에 그야말로 혼쭐이 났다. 봉급의 반 가까이를 경조비로 내기도 했으니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타들어가는 그 속을 여러분은 이해하시겠는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도 있는데 그렇잖아도 얄팍한 지갑, 그걸 열 때마다 야속한(?) 마음 거둘 수가 없다. 그렇다. 때로는 당사자로서, 때로는 하객으로서 이 시점에 생각해 보고 싶은 한 가지, 어쩌면 경제적으로 모두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우리의 결혼문화를 바꾸어 볼 수는 없을까.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절차와 의미를 중시하며 사회의 근간으로 삼았던 유교적 전통, 그것은 일명 ‘미풍양속’이라는 아름다운 유산으로 전승되면서 우리의 정체성과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기제로 작용해 왔다.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협동의 중요성을 깨우친 선조들이 관혼상제의 절차 속에서 얻고자 했던 핵심적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 의미를 찾아 겉치레로서가 아닌 진정한 참여와 축하를 나누는 즐거운 잔치로 승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유리지갑의 부담에서 벗어나 함께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