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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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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5  19: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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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고대 한반도를 이끌어 온 주역은 무사(武士)들이었다. 제왕들도 직접 갑주를 입고 말을 타고 전쟁에 참여했다. 검술에 뛰어나지 않으면 제왕의 지위를 지키기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전쟁에 나가 죽을 경우 그것을 최고의 영예로 알았다. 그들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정신력이나 모습이 아니었다.

백제에 원한을 가지고 있던 고구려 장수왕은 수만 대군을 이끌고 일시에 한강유역으로 쳐 들어와 궁성을 포위하고 도주하는 개로왕을 사로잡아 아차성(지금의 구리시) 아래서 참수한다. 시위 무사 십여명을 대동하고 태자 여창(汝昌)이 지키고 있는 고리산을 위문 차 온 백제 성왕은 보은 삼년산성에서 출진한 일단의 신라전사들에 의해 사로잡혀 역시 참수 됐다. 성왕의 시신은 경주 도성에 묻히고 참수 된 목은 태자에게 전달되어 전율케 한다.

성왕을 참수한 신라 고간(高干.지방의 셋째 등급) 도도(都刀)는 누구였을까. 그런데 도도는 강인하며 예의 바른 신라무사정신을 보여준다. 우리 사서에는 없지만 일본서기에 도도의 정신력을 엿 볼 수 있는 기사가 있다.

그는 성왕을 사로잡은 후 신문하면서 그가 백제왕이라는 것을 알았다. 도도는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추며 자신이 왕의 목을 참수하겠다고 말한다. 성왕은 기가 막혀 ‘너 같은 일개 하인에게 내 목숨을 맡길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그때 도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신라에서는 임금이라도 신의가 없으면 목을 자를 수 있습니다. 왕께서 신라를 배신하셨으니 목을 내 놓으십시오”

도도의 위세에 눌린 성왕은 탄식하며 목을 내 놓고 말았다.

신라 무사의 대명사격인 화랑도(花郞道)는 그 원류가 ‘가야(伽倻)’에서 나왔다. 우리 기록을 보면 흥륜사 스님 진자(眞慈)가 왕명을 받고 화랑의 원조가 되는 미시랑(未尸郞)을 웅천(熊川)에서 데리고 와 아름답게 치장시켜 화랑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웅천은 가야의 고토로 지금 경상남도 창원이다.

가야에는 일찍이 무사도가 있었다. 가야 젊은 무사 미시는 망국의 아픔을 지닌 채 웅천의 절에 숨어 수도를 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진흥왕은 미시를 찾아 신라 화랑제도를 도입하여 이들의 상무정신을 신라사회의 최고 가치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데 미시랑은 화랑도를 만들어 놓고는 7년 후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일설에는 미시랑이 일본으로 건너가 고대 일본 사무라이의 원류인 닌자(忍者)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사무라이가 가야의 ‘싸울아비’의 음운이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얼굴에 분을 바르고 예쁘게 화장하며 말을 잘 타는 것이라든지 의협심이 강한 ‘닌자’의 모습이 고대 신라화랑의 모습을 많이 닮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시는 많은 가야인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의 지배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일본 고대 사무라이들은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며 전쟁에 나가 전사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겼다. 영락없는 가야, 신라무사의 정신과 삶을 닮고 있다. 패전하면 스스로 목숨을 던져 자결하는 것도 같다.

김유신은 아들 원술(元述)이 당나라와의 싸움이었던 석문전투(石門戰鬪)에서 패전하고 살아서 돌아오자 문무왕에게 참수 할 것을 탄원한다. 그러나 왕은 원술의 패전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옹호하고 살려주었다. 원술은 죽음을 당하지 않았지만 평생 부친을 만나지 못했으며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어머니를 만나려 하였으나 거부당했다. 어머니마저 떳떳하게 죽지 못한 무사 원술을 자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IS에 의해 살해된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씨의 부인은 “분쟁 지역에서 사람들의 고통을 전해온 남편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일본정부의 남편 구출 노력에도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같으면 희생당한 아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고토씨 부인의 말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일본 사무라이 기풍을 찾을 수 있어 상고해본 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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