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22일 1심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황급히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선거운동 성격의 내용이 담긴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지역주민에게 발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상혁 보은군수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이관용 부장판사)는 22일 정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보은군이 업무상 관리하는 군민정보를 사용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는 정 군수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공직선거법에서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 간의 문제가 있다”면서 “보은군처럼 지역 특색이 있고 소규모인 기초단체 군수와 대도시 단체장과의 차이를 얼마만큼 고려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도지사든 군수든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선거를 통해 가려지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법률 위반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고 이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피고인은 군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군수로서 오히려 정보 주체 동의 없이 5000여명의 개인 정보를 수집, 자신의 선거 운동을 위해 사용했다”며 “특히 군수 지위를 남용해 공무원들을 사적으로 선거운동에 이용한 점 등은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친척과 지인들에게 축·부의금 명목으로 90만원을 제공한 것은 금권선거를 엄격히 규제하는 선거법 입법 취지를 위반한 행위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동종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많은 군민이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은군청 공무원 박모씨(49)와 임모씨(52)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벌금 90만원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각각 벌금 200만원과 120만원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정 군수는 심정과 항소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황급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정 군수는 지난 3월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군청 각 실·과에서 보관하던 지역주민 5000여명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이용해 선거운동 내용의 초청장을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영치금, 경조사 명목으로 지역 주민에게 9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군청 공무원 박씨 등은 지역주민 개인정보를 각 실·과에서 빼내 이를 정 군수와 그의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앞서 정 군수에게 벌금 300만원(공직선거법 위반)과 500만원(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각각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