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애니메이션 '엘리노의 비밀'은 유럽의 고전적인 정서가 듬뿍 담긴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고전 동화 속 주인공들을 판타지 형식으로 불러내 21세기의 어린이들과 친근하게 만날 수 있게 한 교육적인 작품이다.

아이들과 부모, 선생님이 함께 본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하다.

일곱살 꼬마 '나다니엘'은 부모, 누나 '안젤리카'와 함께 '엘리노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남긴 해변 집에 방문한다.

엘리노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나다니엘 가족은 매년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냈는데, 할머니는 나다니엘을 특히 귀여워해서 옆에 앉혀 놓고 수많은 동화책을 읽어주곤 했다.

나다니엘은 부모에게 엘리노 할머니가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남겼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할머니가 생전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한 '비밀의 방'의 열쇠를 나다니엘에게 남긴 것이다.

'비밀의 방'에는 유명한 동화책의 초판이 수천 여권이나 소장돼 있는데, 아직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나다니엘은 이 책들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두려움에 빠진다.

그때 나다니엘 앞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앨리스가 나타나고 빨간 머리 소녀와 늑대, 피노키오, 피터팬과 후크 선장 등 동화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책 속에서 튀어나온다.

이들은 나다니엘이 엘리노 할머니의 후계자라며 벽에 새긴 주문을 읽어야 할머니처럼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다니엘이 글을 읽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이 욕심 많은 골동품 수집상이 나타나 책을 모두 사 간다.

도미니크 몽페리 감독이 연출한 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레베카 도트르메르의 '케리티, 이야기가 있는 집'이라는 책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었다. 이 책은 국내에도 1년 전 출간된 바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와 움직임을 단순화하고 파스텔톤 색채를 입힌 그림은 요즘 흔히 보는 매끈한 애니메이션 그림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동그란 얼굴에 조그만 눈, 코, 입을 지닌 아이들이 웃고 울고 말하는 표정은 무척이나 귀엽고 친근하다.

감독은 이런 간결한 그림에 판타지 형식의 이야기와 상상력이 넘치는 장면들을 풍부하게 배치해 영화적인 재미를 연출했다.

나다니엘이 앨리스와 토끼 등과 함께 모험을 하며 갖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은 아이들을 집중시킬 만하다.

글을 두려워하고 읽지 못하던 나다니엘이 마침내 스스로 벽을 뛰어넘는 결말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줄 것 같다.

자그레브 애니마페스트 관객상과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26일 개봉. 상영시간 80분.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