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중심부에 위치한 세종시의 한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충청지역 축산농가가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3일 충북 진천에서 최초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한 달여 만에 충청권 7곳의 지자체를 덮치면서 수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는 피해를 안겼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최초 발원지인 진천을 방문해 상황 점검에 나섰지만, 초기 방역대책 미흡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7일 연서면 와촌리의 한 돼지농장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된 어미 돼지 3마리를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돼 같은 동에서 사육 중인 226마리를 긴급 살처분했다.

해당 농가는 총 14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돼지 3693마리를 사육 중이다. 해당 농가 500ｍ 이내에는 9459마리의 우제류(돼지 2가구 6000마리·소 3459마리), 3㎞ 이내에는 2만 2833마리(돼지 1만 6000마리·소 6833가구)가 사육되고 있다.

시는 신고농가 축주와 사육가축에 대한 이동을 제한하고, 3㎞ 이내 우제류에 대한 임상검사와 축사 내·외부를 긴급 소독했다.

또한 광역소독차량 1대와 농협 보유 3대의 차량을 동원해 축산 밀집지역과 취약지역을 순회 소독하고, 시 공무 공수를 농가별로 지정해 백신 접종 여부 등을 점검했다.

충청권 중심에 위치한 세종시의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진천에서 최초로 구제역 바이러스 'O형' 감염이 확인된 이후 한 달여 만에 진천 9곳, 청주 7곳, 천안 7곳, 증평·음성 2곳, 괴산·세종 1곳으로 확산된 상태다.

문제는 돼지에게 퍼진 바이러스가 소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직 충청권 축산농가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의 소 사육농가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 국무총리는 진천군 재난종합상황실을 방문해 구제역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일선 방역 관계자를 총동원해 발생 지역과 인접 시·군의 추가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지도·감독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축산농가는 구제역 초기 방역대책 미흡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종 연서면의 한 축산농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진되고 방역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하루가 소요되는 등 늑장대응으로 인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