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황이 안 좋았을 때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북 충주시 호암동에서 건축자재상을 하는 이진용(61)씨는 지역에서 30여년째 어려운 이웃들과 인연을 맺어온 `봉사 대부'로 통한다.

이씨는 설을 앞두고 10일 충주시내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연수동, 교현안림동, 지현동, 호암동 주민센터에 쌀 1t씩 모두 4t(10kg짜리 400포대ㆍ현시가 1천만원)을 보내는 등 3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웃을 위해 성금과 성품을 전달하고 있다.

충주시 호암동 관주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6남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난 이씨는 1971년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매형이 운영하는 건재상에 취직했다.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시멘트와 철근, 합판, 목재 등을 배달했다고 한다.

이씨의 선행은 1976년 여름 제천시 한수면 송계초등학교(현 한송초중학교)에 건축자재를 배달하러 갔을 때 국내 재벌들이 이 학교를 방문한 기념으로 피아노와 학용품을 기증한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씨는 당시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면서 모아둔 2년 반치 월급 2천여만원으로 학교 담을 설치하고 학생들이 1년 동안 쓸 학용품을 지원했다.

그 뒤 1978년 봉방동에 건재상을 차려 독립한 그는 성실하게 일해 꽤 큰돈을 벌었지만 1981년 여름 가뭄이 극심했던 제천시에 성금 2천300만원을 내고 충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사업이 망해 버렸다.

탄광과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일을 하며 월 50만원 벌이로 단칸셋방에 부인 윤영숙(56)씨와 남매 등 네 식구가 함께 살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10년간 매달 20만원씩을 떼어 시와 동사무소에 맡기기도 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1990년 초 재기에 성공한 이씨는 언론 등을 통해 홀로 사는 노인들, 장애인과 소년소녀가장, 백혈병 투병 어린이 등 지역내 이웃들의 딱한 사정을 접할 때마다 200만원~1천만원씩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봉사'단체의 이름을 빌려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이씨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씨는 "사업하는 사람이 사업하는 데 필요한 돈만 있으면 그뿐, 그 이상의 돈은 필요치 않다"며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고 형편 되는 대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