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지난 70년대 미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풍속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즉 일부일처를 가치로 여기던 청교도적인 미국사회에서 일부다처주의 붐이 일었던 것이다. 이 운동의 신봉자들은 2~3만 명으로 늘었으나 당국은 손을 못 썼다고 한다. 이들 일부다처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는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멧은 11명의 후처를 두었다. 마호멧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메카에 살고 있던 40세 과부의 마부가 되었다. 25세 때 과부와 동거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 전쟁에서 많은 남자들이 희생하여 남은 부인들이 생계를 이을 수 없게 되자 이들을 데리고 살도록 한 것이 다처 풍속을 이루게 한 것이다.

최근 이슬람권 남자들은 세 명의 아내를 둘 수 있다고 하는데 재력이 많은 남자들은 수십 명의 아내를 데리고 살아도 비난 받지 않는 것 같다. 인도동북부 미조람주 백투왕에 사는 67세의 지오나 차나라는 사람은 부인이 39명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에 얻은 부인은 딸과 같은 나이로 많은 부인이 한 아파트에 기거하면서 불평 없이 화목하게 산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처첩을 거느리고 산 이들은 고대 중국 황제들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궁녀를 데리고 산 이는 누구일까. 중국 신당서(新唐書)에 따르면 당 현종 연간에는 궁녀의 수가 4만 명이나 되었다고 기록된다. 현종은 정사보다는 매일 밤 아름다운 궁녀들과 지내는 것을 낙으로 삼아 당 제국을 거덜 냈다.

그런데 정력이 좋고 씨름선수 같은 체격을 지녔던 수양제는 무려 6만여 명의 궁녀를 거느리고 살았다. 궁녀수가 많다보니 평생 동안 황제의 은총을 입지 못하고 목숨을 다하는 궁녀들이 많았다. 궁녀의 숫자가 표시 된 녹두알을 쟁반에 가져오게 해 그중 하나만을 골라 동침을 했다니 황제의 선택이 요즈음 로또당첨에 비견 될 만하다.

몽골제국인 원나라의 궁성에도 평균 1만 명이 넘는 궁녀들이 살았다. 공녀로 바쳐진 고려 기황후가 이처럼 많은 궁녀들 속에서 순제의 눈에 띄어 황후가 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청대(淸代)에 와서는 인도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자금성 궁녀 수를 2~3천명으로 줄였다.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건륭제는 평생 41명의 처첩을 거느렸다고 한다. 이들 사이에서 아들 17명과 딸 10명을 낳았다.

최근 중국의 각종 매체에서 '백계왕(百鷄王)'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백계왕은 100마리 암탉을 거느린 왕이라는 뜻. 바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막강한 권력과 돈으로 여성 400여 명과 동침하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홍콩의 한 신문은 '가수, 여배우, 대학생 등 저우융캉이 거느린 정식 내연녀만 최소 28명'이라고 폭로했다. 이 같은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저우융캉은 황제의 축첩 경지를 넘는 호사를 누리고 산 셈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의 엽색행각이 줄줄이 언론에 공개 되고 있다. 한 공직자는 146명의 정부로 이뤄진 '첩들의 부대'를 이끌었으며 충칭시 모부장은 여대생 17명과 거의 매일 특급 호텔을 드나들었다가 적발됐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사회 일각에 번지고 있는 소위 '축첩'문화의 성행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 재학생들이나 갓 졸업한 젊은 여성들이 재력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교제를 원하며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 같은 비윤리적 행태를 앞 다투어 비판하기 시작했다.

저우융캉에 이어 앞으로 또 어떤 인물이 새로운 백계왕으로 공개 될지 요동치는 대륙 부패와의 전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