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난항에 부딪힌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 파트너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신 아시아나항공으로 전격 교체, 돌파구 찾기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24일 아시아나항공을 방문, 청주에어로폴리스 MRO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그동안 MRO단지 조성사업의 선도기업으로 주력해 온 KAI가 지난 23일 경남도·사천시와 MRO 사업 추진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 충북도·청주시와 사실상 사업 추진 의사가 없음을 선언한 때문이다.

충북도는 이에 따라 KAI와 함께 컨소시엄 참여를 추진해 온 아시아나항공과 독자적인 MRO단지 조성사업 추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 사천과 경쟁을 벌일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충북도의 방향 선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MRO 활성화 용역’ 결과 발표가 임박, 아시아나항공과 협력을 통해 사천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정부는 MRO조성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아시아나항공 측에 이달 말까지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충북도가 그동안 MRO조성사업 추진을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사업 파트너가 바뀐다 해도 큰 틀에서 사업 추진 방향이나 내용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아시아나항공과 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이견이 돌출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보다 더 큰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이 충북도와 독자적인 사업추진을 진행할 의사가 있느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자체 항공정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KAI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MRO 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9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내 항공기정비시설 개발 사업 협약을 체결한 뒤 1100억원을 들여 중·대형 항공기 3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는 정비고를 건립하는 등 인천공항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청주MRO 사업에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KAI가 사천에 MRO단지를 조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컨소시엄 참여 대신 충북도와 손잡고 독자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지도 관건이다.

이러한 선제 조건들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다음달 발표 예정인 정부의 MRO 활성화 용역 결과가 청주보다는 사천을 선택한다면, 청주MRO단지 조성사업은 끝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MRO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서 검토 등을 거쳐 사업체를 선정한 뒤 해당 지역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어서, 지역간 경쟁보다는 업체간 경쟁 우위 선점이 요구된다.

충북도는 이와 관련, 군수에 치중하고 있는 KAI보다는 민수·군수 분야를 종합적으로 추진 계획인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충북도의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충북도와 충북도경제자유구역청은 그동안에도 입지적 우수성 등을 감안, KAI가 사천보다는 청주를 택할 것이란 낙관론은 물론 KAI가 사천을 선택한 뒤에도 양해각서 체결은 형식적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앞세우는 등 현실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과 독자적인 사업 추진 확정을 이끌어내고 향후 정부 지원 계획 확정 과정에서도 경쟁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청주MRO단지 조성사업은 물론 이를 축으로 한 충북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