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청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청주공항 항공정비(MRO) 단지 조성사업이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도와 시에서 유치를 추진해 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과 경남도가 사천시에 MRO를 조성하기로 투자협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는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며 중단없는 사업추진을 강조했다.

KAI와 경남도는 23일 경남도청에서 홍준표 경남지사, 송도근 사천시장, 하성용 KAI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MRO사업 추진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협약내용은 경남도와 사천시, KAI는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여㎡에 항공정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1월 실무 운영위원회를 꾸려 항공정비 클러스터 추진에 필요한 부지 제공방법과 재원, 외자유치 등을 논의하며 협의과정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군수(전투기) MRO를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충북도와 청주시가 청주국제공항 내에 추진하고 있는 민수(민간항공기) MRO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AI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을 유치해 청주공항 내 MRO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던 충북도와 청주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와 시는 그동안 KAI 뿐만 아니라 다양한 MRO기업과 접촉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KAI 유치에 가장 공을 들였던 게 사실이다. MRO단지 조성과 관련한 각종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KAI 유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도와 시는 이날 투자협약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청주공항 MRO사업과는 별개의 투자협약’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충북도도 4년전 KAI와 비슷한 내용의 MOU를 체결했었다”며 “이번 MOU에 큰 의미를 둘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방침이 확정된다면 청주에 MRO사업 투자를 하겠다는 게 KAI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이승훈 청주시장도 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도와 KAI의 투자협약은 군수MRO여서 우리가 추진하는 민수MRO와는 다르다”며 “(민수)MRO는 청주공항에 온다”고 자신했다.

이 시장은 “최근 사천이 항공기제조단지로 지정되면서 KAI가 지자체의 도움 받을 일이 많아 협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천은 항공기 제조가 주 내용이어서 정부가 추진하는 (민수)MRO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AI가 경남에서 MRO사업을 한다면 우리는 KAI를 치우고 다른 항공기 정비 기업을 유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1월 국내 MRO산업 육성 관련 용역을 마무리하고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