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폭력이 연일 끊이지 않아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세명고(충북 제천시 소재)는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았다. 학교폭력 문제로 체벌을 받던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하며 대드는가 하면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를 손찌검하는 일도 있었다. 당연히 교내 분위기는 엉망이었고 학교 평판도 땅에 떨어졌다.

그랬던 세명고가 불과 2년만에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현재는 학교폭력과 학생체벌 `제로'를 자랑하는 건강한 학교가 됐다.

변화는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잘못한 학생에게 벌점을 주고 잘한 학생에게 상점을 주는 이 제도는 체벌 폐지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현재 충북도내 474개 초ㆍ중ㆍ고에서 모두 운영되고 있다.

외형상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면서 고래를 춤추게 만든 세명고의 비결은 `운영의 묘'였다.

예컨대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점 30점을 준다.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10점이나 15점인 다른 학교보다 훨씬 무거운 벌점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상ㆍ벌점을 차등화하는 것에 대해 미리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때문에 자녀의 벌점에 대해 항의하는 부모는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이 상점이나 벌점을 받으면 즉시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학부모에게 알리는 것도 효과를 봤다.

그린마일리지 업무를 맡고 있는 임병용 교사는 "학교에서 혼났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것을 학생들은 가장 무서워한다"면서 "벌점을 줄 때마다 학부모가 교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가정교육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그린마일리지를 시행하다보니 `문제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학생들은 잘못한 내용이 적힌 벌점카드에 담임교사, 지도교사, 교감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 여러 교사가 한 학생의 잘못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지도를 하다보니 학생, 교사 모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반대로 좋은 일을 했을 때는 여러 번 칭찬을 받는다. `신상필벌'이 명확해져 긍정적인 방향으로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임 교사는 "벌점이 늘어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벌점을 없앨 수 있겠느냐'고 상담하러 오는 일도 있다"면서 "그러면 가급적 나쁜 행동을 하지 말고 좋은 일을 많이 하라고 지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 학생, 교사의 지속적인 대화가 학교폭력을 없애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그린마일리지를 우리 학교 실정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했더니 이런 대화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