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순 대표기자

수도선부(水到船浮)는 ‘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송나라시대 성리학자인 주희가 제자들과 강학한 어록을 모아 편집한 주자어류가 출처다. 욕심부리지 않고 공력을 쌓으면서 기다리면 큰일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24일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이 사자성어를 남겼다.

최근 청주방송국 한 라디오에 박경국 전 안행부 차관이 ‘수도선부’ 발언을 해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여론이 뒷받침 되면 정치에 도전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차관을 그만두고 언론 등 인터뷰에서 “기회가 주어지면 지역을 위해 일 하겠다”고  밝히는 가 하면 각종 행사나 SNS 등을 통해 ‘몸값 올리기’에 올인 하고 있다. 그는 차기 선출직 ‘불루칩’ 으로 지목되어 온 터라 지역 정치권이 주시하고 있다.

그는 우선 젊고 참신하다. 나이는 50대 중반이다. 외유내강형이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연성의 리더십’이 몸에 밴 사람이다.  상대의 장점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공통분모를 이끌어내는 합리적 추진력과 소통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그래서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 충북도청에 근무할 당시에 충북도 공무원 노조가 1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서 ‘충북베스트 공직자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충북대 출신인 그는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30년이 넘게 공직의 길을 걸어왔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선 5기 이시종호가 순항하는데 주역을 맡았다. 행정부지사이지만 정무부지사 역할도 겸했다.  실무경험이 많은 게 강점이다. 국가기록원원장을 거쳐, 안전행정부 제1차관 등의 요직을 맡아왔다. 출중한 외모에 달변이다. 스펙이나 자질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다소 흠이라면 서울서 고교를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 2월27일 안행부 국가기록원장에서 제1차관으로 발탁될 당시 NLL ‘대화록 보은인사’란 논란이 있었다. 역대 국가기록원장이 인사권을 거머 쥔 안행부 제1차관에 발탁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경국 기록원장이 일을 잘해서 중용한다면 1차관이 아닌 2차관으로 임명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7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록물’로 인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참여정부서 정상회담 기록물을 이전받지 않았다고 해 국가기록원이란 존재를 국민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  ‘불루칩’ 자질이나 스펙서 손색 없어

하지만 장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지난달 11일 낙마(?)해 지역 사회선 아쉬워하고 있다. 제1차관으로 발탁된지 9개월만에 물러났다.

이에 따라 청와대 후속 인사에서 다시 장관 등으로 발탁되지 않으면 앞으로 선출직 도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16년 총선이나 2018년 지방선거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치를 하게 되면 새누리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통관료 출신에다 진보보다 보수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시종지사와 도정을 함께 해 야당 선택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 차기 총선에 도전하면 고향인 남부나 청주권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남부는 보은 출신이라 불리하다. 옥천 영동보다 보은이 세가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 경선의 벽을 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청주권 출마 가능성이 더 높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을 경우 새정치연합 변재일, 노영민의원과도 겨룰만 하다.

그는 충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낼 시절부터 정치적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많았다. 하지만 정통관료의 길을 걷다보니 지역사회에 외연을 넓히는 데는 한계에 부딪치곤 했다.

정치인의 길은 험난하다. 오죽했으면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3류’라고 했던가. 당나라 때 위징은 정관정요에서 백성들의 민심을 물에 비유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수도선부’처럼 물이 차오를 때를 기다리는 그가 정통관료를 넘어 선출직으로 성공할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