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재량사업비(소규모 주민숙원 사업비) 존폐 여부를 놓고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충북도의회가 충돌했다.

2일 충북도의회와 충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 등은 이시종 지사를 만나 재량사업비 폐지와 관련한 협의를 했다.

이날 회동은 재량사업비 존폐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양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의회 대표단’은 이 지사의 시책추진보전금에서 31명 전체의원의 재량사업비 총액(약 90억원)을 보전해 주면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책추진보전금은 시·군이 추진하는 사업 중 재원이 부족한 곳에 지사가 지원해주는 예산이다. 이 예산은 연간 25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행정자치부장관이 광역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교부금과 같은 맥락이다.

도의회가 이렇게 요청한 것은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명분을 찾는 동시에 이 지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용재원 중 일부를 의회가 확보함으로써 실리도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도의회의 제의를 이 지사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도의원은 “지사께서 단칼에 거절하더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8일까지 도의원 전원의 찬반의견을 들어본 후 9일 전체의원 연찬회를 열어 존폐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의원 31명의 찬반 의견을 들어본 후 다수결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도의회 분위기는 찬성 견해가 반대 견해보다 많아 존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되면 의정비를 올려주고 재량사업비를 폐지할 요량이었던 이 지사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함께 의정비를 전국 최고 수준(인상률 총액기준 8.7%)으로 올린 의회가 재량사업비를 포기하지 않으면 도민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재선 도의원 1명이 올해 사용한 1인당 재량사업비는 3억9000만원(초선 의원은 9000만원)이다. 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는 한해 평균 3억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