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보름이’가 주는 행복김홍성 청주YMCA 사무총장
세종데일리  |  webmaster@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1.11  15:57:3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고양이 한 마리가 왔다. 팔자에도 없는 묘한 동거가 눈앞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호기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정녕 내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객지에서 따로 생활하는 아들 녀석이 어느 날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사전 예고도 없이 데리고 나타났던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면서 재미를 붙인 아들은 호시탐탐 이런 기회를 노려왔을 것이다. 그러니 시기의 문제였을 뿐, 냉정히 뿌리치지 못하는바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상견례(?)를 하는 날, 이름부터 지어야 하는데 마침 보름달이 훤히 밝은 날이어서 ‘보름이’가 어떨까 합의한 것이 그 녀석의 이름이 되었다. 큰 고민하지 않고 지은 것이지만 암컷에다가 발음하기도 부드러워 고양이 이름치고는 아주 수작(秀作)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불러주고 있다. 이제 석 달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우리 집의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우리 또래의 부부가 사는 가정이 대개 그렇듯이 적막하였던 집안의 풍경이 이 녀석으로 말미암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양이의 생태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어릴 적, ‘영물’이라고 표현하는 어른들의 말을 귀동냥하긴 했지만 일종의 기피동물이 아니었나 싶다. 개나 토끼, 소 등과 달리 고양이를 가까이서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담장 위에서나, 모퉁이를 돌아서는 어귀에서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뒷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우연히 마주친다 하더라도 불같은 눈에서 뿜어 나오는 섬광이 무서워 시선을 돌리기 바빴다. 지금에서야 짐작하는 것이지만 고양이의 생태적 특성이 사람들과 거리를 갖게 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양아! 고맙다 감사하다...동물 애호가 변신

석 달 가까이 지켜본 녀석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도 아닌데 무슨 ‘인’이냐고 시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극히 부차적인 문제일 뿐더러 그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그저 단순히 해석하는 인간의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현대인들의 고독은 과거 농경사회의 경험으로 볼 때 뚜렷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더 촘촘하고 복잡해진 관계망 속에서 하나의 개인은 어쩌면 가장 초라한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외로움을 탈피하는 우리의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나는 거기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굳이 반려동물 운운하며 당위성을 이야기하기보다 간섭받지 않고, 세상과 교감하면서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것, 자유롭게 살되 누구보다도 독립적으로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추구 방식이 아닐까. 신통하게도 고양이는 그것을 안다. 우리에게 가르친다. 마치 달관한 듯 먹고 입고 자는 것 모두를 비밀로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만끽한다. 어느 경우에서건 태연자약한 그는 홀로 자유하며 독립된 존재로 살아간다.

보름이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깜깜한 집안에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부른다고 살갑게 다가올 리 없지만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에 현관문에 기대어있다 쫓아 들어가 딴전을 피우는 녀석으로 인해 퇴근하는 저녁이 즐겁다. 고맙고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동물애호가가 된 것처럼 가벼운 입을 놀려 면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흑룡이니 백룡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새해가 시작되는 벽두에 내 행복의 비밀을 공개하는 바이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