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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눈물-농부의 피눈물김춘길 주필 겸 대기자
김춘길  |  kck9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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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1.11  14: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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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짐승 중 얼마나 많은 것이 눈물을 흘리는 지는 사실 정확히 모른다. 추정컨대 확인된 것 이외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생리적 현상의 하나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유독 악어의 눈물과 소(牛)의 눈물에 주목한다. 그만큼 두 동물의 눈물은 우리 인간사와 관련, 시사하는 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집트 나일강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흘린다는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인간의 행위로 일컬어진다. 선거 등에서 승리한 자가 패배자 앞에서 동정하는 척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 흘리는 눈물은 악어의 슬픈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악어의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동일하여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해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의 눈물에 대해서는 생리작용과 함께 슬픈 감정의 발로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어미 소가 새끼소와 생이별 할 때 흘리는 눈물이나 도살장에 들어서면서 흘리는 소의 눈물은 처절한 슬픔을 진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영화와 TV드라마로 제작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 소 ‘순진’이가 도살장으로 들어가면서 갑자기 고개를 돌려 자기를 키워준 성찬이를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은 가히 ‘소 눈물의 압권’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사육중인 소들이 구슬픈 눈물을 흘리고, 이를 기르고 있는 양축농가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값 폭락으로 소가 천대를 받고 있는가 하면 폭등하고 있는 사료 값 부담에 힘겨운 농민들이 먹이를 제대로 주지 못해 소가 굶어죽어 가면서 인간의 잔인성과 배신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소 사육으로 빚더미에 앉게 된 양축농가들은 정부의 소에 관련된 부실한 한.미FTA체결 후속대책에 분통을 터트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축산 농가들은 다 죽는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농민들은 우리 인간들이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소를 천대하면 벼락 맞는다고 경고한다. 소의 은공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소를 절대로 천시할 수 없다. 소가 살아서는 논밭 갈기 등 농사와 운반 일을 돕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 뼈 등 부산물을 인간에게 준다. 그리고 재산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소를 한집에서 사는 하인이나 종을 뜻하는 생구(生口)로 불렀다. 소를 사람대접 할 만큼 소중히 여긴 것이다. 그래서 소를 우공(牛公)으로 부르기도 했다. 새해 정월 첫 번째 축일(丑日 )을 소의 날이라 하여 이 날은 소에 일을 시키지 않고 쇠죽에 콩을 넣어 먹였다.

소값 폭락에 농민들 망연자실... 눈물 닦아 줘야

그뿐만이 아니다. 소를 인격화 시킨 설화도 많이 존재한다. 조선 세종대왕 때 18년간 영의정에 재임하며 명성을 떨쳤던 황희(1363~1452)가 길을 가다 밭을 갈고 있는 두 마리의 소 가운데 “어느 소가 더 일을 잘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황희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이쪽 소가 더 잘 한다”고 했다. 황희가 “어찌 그런 말을 귓속말로 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소가 비록 미물일지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으니, 일 못하는 것으로 폄하된 한 쪽이 질투하지 않겠느냐”고 응답했다는 것. 인의(仁義)사상에서 비롯된 소 인격화의 대표적 예화라 하겠다.

이같은 소들이 기구한 운명을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구제역으로 소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 매몰되더니, 요즘에는 사료 값 폭등으로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소들이 굶어 죽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르는 소가 적정두수에서 45만여 마리나 많아 도살돼야 한단다. 정부는 그 기준으로, 2~3등급의 소를 낳거나 체형이 작은 암소는 도살토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300억 원의 도살 장려금을 지급하고 약 16만 마리를 강제 도살시킬 방침이다. 사육 중인 우공(牛公)들이 무참하게 학살되는 등 연속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한.미FTA 체결로 한국의 소는 더욱 그 존재감이 추락할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우리 위정자들이 그렇게 “값 싸고 질 좋다”고 강조해온 미국의 쇠고기가 이미 한국인의 밥상을 점령해 가고 있어 한국에서 사육중인 소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수출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공산품의 중요성이 아무리 높다 해도 우리 농산물과 육우· 한우 등 국산 축산물이 천대 받고 그로인해 농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면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걸핏하면 국정책임자들은 ‘국격(國格)’을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뿌리격인 농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삶의 의욕을 잃게 되는 형편에서는 국격이 결코 올라갈 수 없다.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서 어찌 ‘민주위민정부’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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