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도슨트 강병선(우측 첫번째) 씨가 비엔날레 본전시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꽃은 작품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시민도슨트 참여자가 개막 직전 뇌종양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을 미루고 비엔날레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강병선(47·여·청원군 남일면 효촌리) 씨. 강씨는 2010년 4월부터 한국공예관에서 개최한 20주 과정의 공예아카데미 시민도슨트 과목에 참여한 뒤 최종 면접을 거쳐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시민도슨트로 선발됐다.

40일 간 비엔날레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작품을 설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강씨는 비엔날레 개막을 불과 보름 앞두고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고 그 결과 뇌종양 판정을 받아 수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비엔날레에서 시민도슨트를 하고 싶은 자신의 꿈과 사회적 책무를 앞에 두고 수술대에 오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강씨는 병원 측과 상의 끝에 수술 날짜를 비엔날레 종료 이후로 미뤘다.

강씨는 40일 간의 비엔날레 기간 동안 뇌종양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며 본전시관에서 시민도슨트 업무를 진행했다.

하루에 적게는 3천여 명, 많게는 1만5천여 명이 방문했지만 한 순간도 아프다는 표현이나 내색을 하지 않았으며 누구보다 밝고 쾌활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행사 종료 후 제일 먼저 병원으로 향한 강 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정밀검사 후 같은 달 28일 대수술을 받았다.

20일 간 입원 후 현재 통원치료 중이지만 오는 3월까지는 회복을 위해 안정이 필요하고 집중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강 씨는 최근 몇 년 간 충북중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가구제작 강좌에 참여했으며 지역의 목공예가 공방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등 생활공예에 관심이 많았다.

비엔날레 시민도슨트로 참여하게 된 것도 공예의 숲에서 작품과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꿈을 담금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공예는 생활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치유할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다”며 “공예비엔날레에서 시민도슨트로 일했던 40일이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병이 완치되면 다음 비엔날레에서도 시민도슨트로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민도슨트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가 청주시와 청원군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20주 간 공예 및 미술 분야 전문가 특강과 실무교육을 시행한 수료생에 한 해 비엔날레 행사장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안내하게 하는 제도며 지난해에는 모두 20명이 참여했다.

비엔날레조직위 관계자는 “강 씨가 비엔날레 기간 정말 밝은 표정으로 일했기 때문에 아팠는지 전혀 몰랐고 최근에야 수술 소식을 들었다”며 “강 씨처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비엔날레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