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우 정치부장

충북도의회가 요즘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선거 땐 주민을 위한 충실한 공복이 되겠노라고 다짐했던 이들이 개원한 지 다섯달 만에 돈타령이나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지방의원들의 모습인지 도민들은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충북도의회는 개원하자마자 원구성을 놓고 감투싸움으로 ‘도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충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시종지사까지 의정비 인상 발언을 해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원구성을 놓고 치열하게 다툴 때는 와는 달리 ‘자신의 밥그롯’ 챙기기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의회는 5일 현행 의정비(4968만원) 총액에 견줘 8.7% 인상한 5400만원을 제시했다. 의정활동비 1800만원은 그대로 두고, 현행 연 3168만원(월 264만원)인 월정수당을 연 3600만원(월 300만원)으로 13.6% 올리겠다는 것이다. 도의회안대로 의정비가 정해지면 광역단체 전국 13위인 충북은 의정비 8위로 뛰어오른다. 지금 충북도의회 의정비는 17개 광역지방의회 중 15위다. 하지만 충북도의회의정비는 타광역도의회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욱이 충북도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의정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20일 주민 공청회를 열기로 해 비난이 일고 있다. 의정비심의위가 인상은 이미 결정했고, 인상폭 결정을 위해 공청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도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은 임기중 한번만 올리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 의정비 결정주기가 1년서 4년으로 변경되고 2016년 4총선 전까지 대형선거가 없다는 점이 지방의회는 올해 의정비 인상의 호기로 보고 있다. 이를 빙자해 의정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의장과 의원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충북도내 11개 기초의회 중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곳은 9개다.

반면 제천시의회와 괴산군의회가 동결을 결정했다. 제천시의회와 괴산군의회는 지난 2009년 이후 동결한 상태여서 이번 지방의회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9년간 동결되는 셈이다. 이로써 제천시의회는 3420만원의 의정비를 받게 되며 괴산군의회는 3117만원에 동결됐다. 주민들이 원하지 않고 있고 지자체의 어려운 예산을 감안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괴산군의회는 어려운 서민경제와 내년에 열리는 세계유기농엑스포를 앞두고 예산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의정비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제천시의회도 침체된 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북도의 재정자립도는 27.4%로 전국 최하위다. 충주시 17.4%, 단양군 10.5%, 증평군·옥천군·보은군·영동군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재정자립도를 갖고 있는 지자체에서 의정비를 올리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여연대가 실시한 의정비 인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0%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충북도의회는 31명의원 가운데 보수를 받는 겸직 의원이 12명이고 자치단체 지원을 받은 단체의 임원들도 있는 등 의정활동에만 전념하지 않는 의원이 많다.

13.6%로 대폭 인상 ... 염불보다 잿밥 비난 여론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따지고 주민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지방의회다. 지방의회가 ‘복지 디폴트’ 위기와 쌀 개방 등으로 농민들 시름과 궁핍한 지자체 재정은 모른체 하고 의정비 인상에만 혈안이 된 것은 본분을 망각한 후안무치한 짓이다. 입으로는 주민을 대변한다면서 뒤로는 지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제 잇속만 챙기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의회가 감시와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의정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지방의회 행태로 볼 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급여 성격의 돈을 인상하겠다는 건인지 도민들은 의아스럽기만 하다. 지방의회 의원 자리는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이다. 의정비를 올려 살림살이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지방의원의 제밥그릇 챙기기라는 도민들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큰 폭의 충북도의회의 의정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