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골든타임’을 유행어처럼 앞 다투어 사용하고 있다. ‘경제 골든타임, 개헌 골든타임, 남북화해 골든타임' 등 세월호 사건이 새삼 대두되면서 안전과 관련한 중요한 시점을 ‘골든타임’으로 일컬어 왔다.

8년 넘게 충북교육은 인삿말로 ‘사랑합니다’를 즐겨 써 습관화 되다시피 했다. 처음엔 교직원들까지 반응이 엇갈렸고 인사를 받는 쪽에서 조차 어아니벙벙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졌다. 예의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하는 교육 현장의 상용어가 됐다는 결론이다. 사랑도 입으로 자꾸 우물거리다 보면 마음을 움직여 감정을 푸르게 할 수 있다.

사랑이야말로 상대의 결점까지도 수용하는 힘을 가졌다. 정말,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꾸릴 수 있다면 분명 행복한 삶이다. 우린 그 많은 날들을 과분할 만큼 허리 굽혀 배꼽인사를 해 왔으면서 미움의 그림자 키우기에만 길들여진 건 아닌지 가슴 아프다.

지난해 태안 해병대사설캠프 수련활동 사고로 시끌벅적한지 불과 얼마 안되어 세월호 참사를 겪었으나 대안은 허기를 채우기에 미흡했다. 학교에서 수련활동 등 체험중심 교육활동 시 사전 철저한 안전교육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자율 역량’은 ‘스스로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신을 통제 또는 절제하여 해낼 수 있는 힘’이란 사전적 의미처럼 구성원의 발걸음이 힘차고 자율이 전제될 때 사랑도 견고하지만, 실질적인 접근이야 말로 이런저런 이유와 형편에 따라 어려움에 빠진다.

퇴직경찰관과 교원, 퇴직군인,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거의 모든 초·중·고에 배치돼 위험으로부터 학생 보호를 세심하게 챙기는 사례를 본다. 이렇듯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마다 사랑을 통해서 크고 작은 문제를 미리 대처해 나가며 ‘너’이면서도 ‘나’가 ‘우리’로 변해간다.

‘사랑합니다’라는 인삿말을 계속 이어가야할지 바꾸어야할지 고민이란 어느 교장 선생님물음에 웃음을 쏟았다. 학교장 중심, 자율화 운운하면서 별아별 눈치가 교육을 구기는 모양새다, 아이 사랑 구역인 스쿨존은 어떤가? 처벌은 강화됐지만 위반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천천히'라고 적힌 표지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트럭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잠시 후 쌍방향에서 덤벼든 승용차들이 엉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등교 중인 아이들은 인도를 채운 주차 차량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걷는다. 마지노선까지 붕괴된 양심 때문에 위험을 달고 사는 학교 앞 풍경이다.

그러나 노란색 학교 버스를 거의 이용하는 미국 등하굣길은 가끔 '학생운송 차량' 표시 스티커를 붙인 자가용 출입이 눈에 띄지만 교장·교감·담임의 안내를 받으며 정해진 장소에서 질서 있게 승하차한다.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도, 아이들 보행을 방해하는 무질서 주차도 없다. 사랑은 자신이 자유롭기 위해 존재함을 그들에겐 습관화 돼 있었다.

사고 후 책임 공방과 되레 교묘하게 특수를 노리려는 정치성 호들갑보다 인간적 배려라는 확고한 의지가 곧 사랑 회복이며 행복교육의 원천 아니던가? 인삿말 한마디도 이제 격세지감 속에 교육박물관을 채울 번호표를 쥔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