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희 편집국장

‘문인협회가 왜 이리 시끄럽습니까?’

요즘 어느 자리에 가든 이런 질문을 꼭 받는다. 두서없는 변명 나부랭이로 우물쭈물 땀을 흘리는 곤욕을 몇 차례 겪다보니 또다시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될까 지레 오금이 저리다. 고향에 살면서 문인협회 회원인 것이 무엇보다 뿌듯한 긍지였는데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는지 기가차고 코가 막힌다.

충북문인협회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지역의 한 언론사가 지난 2013년 1월31일 치러진 충북예총 회장 선거에서 문인협회 회원 자격으로 나와 당선된 현 충북예총 회장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부터다.

충북문인협회가 당시 특정 후보를 출마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정관을 수정, 날조했다는 보도가 뜬 후 문인협회는 한순간에 비도덕적 사기 집단으로 추락했다. 정관 변조에 가담했던 임원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자신이 죽일 놈'이라가나 '언젠가는 말하고 싶었다'라고 자학했다는 등의 기사가 연이어 터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충북문인협회 회원들은 지금 자다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없는 상황이다. 당시 정관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충북문인협회 전임회장 유모씨가 작년에 고인이 된 터라,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어진 난감한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 할 지 한숨만을 쉬고 있다.

고인이 된 유회장은 정관을 임의 변조했다는 고백을 전임회장인 반모 회장과 몇몇 회원들에게 했다고 한다. 유회장은 협회 임원인 모씨에게 정관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다음 임의수정한 정관을 협회 모이사에게 충북문인협회 사이트에 올리도록 한 모양이다.

회원들 몰래 수정한 정관을 근거로 유회장은 예총회장 후보가 충북문인협회 고문이며 회원이라는 확인서를 발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케 했다고 한다. 이들이 토설한 소위 양심고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충북문인협회 회장이었던 유씨와 협회임원 두 사람 등 핵심인물 세사람이 정관 변조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속히 어지러운 사태를 바로잡아야

여러 날을 고심하던 충북문인협회 원로 회원들은 대충 입장을 정리했다. 우선 협회정관 개정이 지난 2009년 1월17일 이후 개정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고 임의로 수정, 변조된 정관을 내린 후 본래의 정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정관변조를 주도,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협회가 저지른 일이기에 유감과 사과의 뜻을 타 협회와 도민들에게 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관의 임의 변조에 가담한 회원은 잘잘못을 가려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데에도 이의가 없었다.

작년 초, 문인협회 회원이 예총회장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을 문협회원들은 제 일처럼 반가워했다. 물론, 오랫동안 지역의 문인으로 활동하던 조회장의 회원자격에 대해 한 치의 의혹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문인협회 청주지부를 탈퇴한 상태라고는 하나 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기에 당연히 충북문인협회의 고문이거니 여겼던 회원들은 본래 정관에 고문이라는 직책이 없었음을 생각지 못했다.

이리 채이고 저리 쓸려서 거의 만신창이가 된 유약한 예총을 다시 일으키는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문인협회뿐 아니라 당시 상당수 충북 예총인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사실이 드러나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으나 고 유회장과 임원 몇 사람이 자신의 영리를 위해 충북문인협회의 정관을 변조하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그렇지만 어떤 뜻이었건 절차가 틀렸다.

어지러운 사태를 바로잡아 충북문인협회가 구설의 늪에서 빨리 헤어 나오길 바라는 회원들의 마음이 기도처럼 간절하다.